일인지하 만인지상인 국무총리(영의정)는 왕을 제하고는 평민으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이며, 가문의 명예이자 온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다. 이조시대의 역사를 살펴보면, 영의정의 지위는 권력다툼의 승리당파에서 추대한 인물이 왕으로부터 영의정을 제수 받아 국정을 통괄하였다. 말이 영의정이지 사색당파 싸움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분쟁을 조정하고 민심을 통합하여 국력을 발전시키기에는 영의정들이 그들의 능력과 소신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이는 옛날이나 지금의 정치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청렴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가 있는 명재상들이 있었다.
선조 때 의정부 영의정에 오른 율곡 이이(李珥)는 어느 땐가 선조가 경론을 나누는 자리에서 율곡에게 어떠한 인재를 중용해야 하는가를 묻자, 율곡은 “전하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되도록 피하고, 자기 일에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을 가까이 하십시오. 전하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전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지만, 자기 일에 충성을 다짐하는 사람은 전하를 결코 배신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답변했다. 선조에게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야심이 염려되는 바 10만 양병설을 주장하여 임진왜란을 예언하고, 일본의 조선 침략에 대비할 것을 건의하였다.
만약 선조가 이율곡의 10만 양병설에 따라 군사적인 대비를 하였더라면, 도요토미가 조선침략의 실패로 정치적인 몰락을 하게 되어 조선이 일본을 따돌리고 서양열강들과 국교를 맺고 통상을 통해서 아시아 최고의 신흥강국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49세의 나이로 죽기 전 율곡의 재산은 서재에 가득한 책과 부싯돌 몇 개였다.
율곡과 대비되는 명재상인 세종 때의 황희(黃喜)는 성격이 원만하고 덕망이 높아서 정치인과 관료들과의 불화를 만들지 않아 그들로부터 각별한 존경을 받았으며,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각별한 예지를 가지고 있어서 많은 치적과 훌륭한 일화를 남겼다.
세종과 관료들로부터 그의 출중한 능력을 인정받고 세종의 총애를 받아 청백리의 칭호를 받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인척의 인사 청탁을 주선하였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물의를 빚어 영의정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세종의 신임으로 다시 영의정에 복직되어 세종의 가장 신임 받는 재상으로서 이후 18년간 영의정에 재임하였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는 어떠한가. 헌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활 한다’고 되어 있다. 현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의 동의 없이는 총리가 아무리 유능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제도상 자신의 뜻을 충분히 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왜 기를 쓰고 총리를 임명하려고 할까. 유사시의 대통령의 방탄용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과중한 업무 때문인가. 어느 쪽이든 청렴하고 유능한 인재를 발탁한다면 국정의 효율을 가져올 수가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년 사이에 몇 명의 단명 총리후보가 뜻을 펼 시간도 없이 낙마하고 말았다.
또한 청문회를 통하여 총리 후보자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낙마한 사람들의 개인의 비리가 언론에 노출되어 대한민국에는 청렴한 인재가 없다는 인식만 남기는 추문만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다.
만약 청렴하고 출중한 능력을 가진 인재가 발견되면 조그만 흠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황희에 대하여 세종이 큰 도량을 베풀었음을 감안하여 우리 국회도 유능한 인재를 흔들지만 말고, 아량을 발휘하여 유능한 인재를 밀어주어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모든 국가권력은 대통령 손안에 있는데 일부러 여러 사람의 개인의 치부를 만천하에 드러내면서까지 총리를 인선할 필요가 없다.
부총리가 총리 업무를 관장하고 대통령과 상의하여 국정을 탈 없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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