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만 움직이면 몇 초 안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한 몫 하는 것이 부모교육에 관한 것이다. 자녀가 건강하게 자라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홀로 서고 사회의 한 일원이 되어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고, 더 나아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을 보는 일, 아마도 자녀를 가진 많은 부모가 꿈꾸는 모습일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하지?’라는 혼란스러움으로 당황하고 힘들고 절망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와 충돌할 때마다 ‘세상에... 부모노릇 진짜 어렵네. 세상에 이보다 더 힘든 게 있을까’라는 한탄과 고백을 적지 않게 했다.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배운 것들을 적용 해보았지만, 아이들의 성격과 성품과 기질이 다르다보니 배운 것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겪게 될 신체적, 감정적, 사회적인 발달단계와 변화에 대해 배우고 마음을 준비하면서 아이와의 부딪침과 갈등이 크게 줄었고, 무엇보다 견디면서 기다릴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었으며 절망 중에도 희망을 놓치 않도록 스스로를 독려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참 아이러니컬 하다. 남의 아이를 교육시키는 선생이 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데도 면허가 필요한데 부모가 되어 한 인간을 키워내는데는 자격증이 필요없으니!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부모 노릇’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사춘기를 겪고 집을 떠나는 과정을 겪으면서 생각처럼 결코 쉽지 않았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과목, ‘부모되기’의 선생은 누구인가? 인생의 첫 선생은 바로 우리의 부모였고, 어떤 이에게는 양육을 전담했던 조부모였다. 만약 그 분들의 ‘부모됨’을 평가해서 ‘C’에 해당되는 70점 이상의 점수를 줄 수 있다면 좋은 양육자에게 키워진 것이다. 부모나 양육자를 떠올릴 때 학대의 경험과 상처가 밀려와 분노하고 아파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상담 중에 어린시절의 상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그 부모들 역시 그들 부모에게 상처와 학대를 받은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머리로 바람직한 부모상을 알아 자녀에게 적용해보지만, 때로는 치유되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걸림돌이 되어 자녀에게 그 상처를 대물림하게 된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저 정보와 지식만이 충분조건이 될 수 없고, 자신의 상처 치유와 함께 병행되어야 함을 알려드리고 싶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통해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애쓰는 부모들을 많이 만난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인터넷, 마약, 게임, 성문제, 친구관계의 어려움 등 더 복잡하고 혼란스런 시대를 살고 있다. 시대의 차이 뿐 아니라 미국과 한국이라는 지리적 공간과 문화적 차이, 언어의 장벽 등을 감안하면 우리가 부모에게 보고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겸허이 받아들이게 된다.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때론 무척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다.
부모됨은 한 인간을 키우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하고 회복되는 성스러운 삶의 여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배우면서 준비하면서 그 여정을 걷는 부모들을 위해 워싱턴 가정 상담소에서 여러 세미나와 워크샵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떻게 자녀에게 성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6/2(화) 저녁 7시에 센터빌 고등학교와 6/9(화) 오전 10시 상담소 3층에서 두 차례 세미나를 개최한다.
부모교육에 정답은 없다. 한 아이에게 통한 방법이 다른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도 않는다. 다만 전반적으로 겪는 인간의 발달과 변화 등에 대해서 배우고, 부모 스스로의 상처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을 통해 자녀를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그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라고 부모 또한 성장하고 치유되는 열매를 맺으리라 믿는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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