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워싱턴 한국일보가 지령 1만호 발행을 넘어섰다. 마치 미국의 아폴로호가 달 착륙을 성공시킨 그 순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 수퍼보울의 결승 터치다운과 같은 감격이랄까. 워싱턴 한국일보 발행 날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를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 보아온 증인으로서 저절로 경탄과 축하를 금할 수 없다. 참으로 말하기는 쉽겠지만 지령 1만호가 지니고 있는 애환, 우여곡절이 오죽했으랴.
지령 1만호라면 어림잡아 햇수로도 40년 이상이다. 그 긴긴 역사는 거저 이룩된 것이 결코 아니었음이 이제야 실감나게 다가온다. 지령 1만호, 그것은 애오라지 개척의 격렬한 길이었고 동포 인구 3천명이 채 안되었던 이 척박한 신문 볼모지에 뿌리내리려는 집념의 결실이리라.
워싱턴 한국일보는 70년대 이후 물밀 듯 밀려오는 해외 이주 우리 동포들의 확실한 길잡이었고 미국 생활의 규범을 지도하는 교범이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정신적 문화적 차이를 소화시켜주는 교량이었고 우리 동포들의 대한민국 사랑을 간직하도록 한 선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국일보 출발 당시는 대사관 총영사관이라고 해야 동포들의 직업별, 성별 분류는 말할 것도 없고 동포 인구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론이라고는 반독재 민주화 운동 신문 한민신보(발행인 정기용) 뿐이었고 이는 동포들의 미국생활에는 전적으로 크게 도움이 될만한 역할과는 동떨어진 투쟁지였다. 아무튼 한국일보의 워싱턴 상륙은 동포들의 미국 생활의 등대요 중심 지표였다.
가령 인구 10만이 넘나드는 동포사회에 한국일보가 없다고 가정해 보자. 얼마나 혼돈의 분위기 속에 무질서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인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생활 안내, 사업을 위한 융자, 취업 등 각종 생활정보 제공, 이민 상담 등 셀 수도 없는 많은 분야에서 워싱턴 한국일보는 지대한 공헌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현재는 이만큼 우리 동포사회가 이곳에 뿌리내리고 터전을 잡아가고 있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정신적, 문화적 정착 융화와 동포 인권 옹호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 가운데 하나는 워싱턴 한국일보가 일관된 정치적 중립 논조를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는 점이다. 워싱턴 한국일보는 군사 독재 박정희 정권이 18년 동안 이어오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노골적인 권력의 편을 들음으로써 독자들의 비난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 당시는 국내 최고의 언론들마저도 독재 권력과 결탁 부역하여 국민들의 원성을 사던 시절이었다. 눈 한번만 꿈쩍 감고 정보부에 협력하여 왜곡 편견 기사를 얼마든지 써 보낼 수도 있었건만 워싱턴한국일보는 단 한 건도 그런 추태를 보인 적이 없다. 워싱턴에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해온 한 사람으로 지금도 그 점에 감사한다.
뿐만 아니라 워싱턴 한국일보는 천박한 종북몰이 선동으로 억울한 누명을 씌워 원망을 듣는 일이 없고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중립적 태도를 잘 견지함으로써 동포사회의 분열을 예방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령 1만호 발행을 이룩한 오늘의 성취도 이러한 노력들의 결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성공한 워싱턴 한국일보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확인하며 축하하는 바이다. 그러나 한마디 빼놓을 수 없는 당부의 말도 있다. 지령 1만호 발행을 이룩하기까지 끊임없이 신문을 애독해준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에 보답하는 길은 지금까지 지켜온 정론직필의 자세다. 한 두 명의 개인적 불만, 구독 중단 등 통속적 위협에 논조를 굽히는 따위의 비열한 태도가 있어서는 절대 안되겠다. 이것이야 말로 소탐대실 한 두 명의 독자를 지키려다 수많은 독자를 잃는 지름길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언론으로서의 기본자세일 뿐 아니라 음으로 양으로 동포사회를 총망라하여 이끌고 가는 언론의 마땅한 태도라고 믿는다.
워싱턴 한국일보 지령 1만호 달성, 미래를 향한 더 큰 역할을 기대하며 더 한층 발전과 영광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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