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졸업 시즌이다. 5월의 대학교 졸업식을 필두로 해서 6월에는 고등학교 졸업잔치로 분주하다. 처음 킨더가든에 입학했던 코흘리개가 13년 동안 부모와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 성인이 되고 ‘진짜’ 세상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벅찬 시간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설레임과 부모 그늘을 떠나는 자유와 함께 익숙하고 안전한 곳을 떠나 낯선 세상으로 걸어나가는 책임감과 두려움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평생 옆에 끼고 살려고 자식을 낳은 것은 아니니 언젠가는 분명 떠나보내야 하는데 ‘잘 떠나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어느 분에게 들은 말이 떠오른다. “자식은 한 몸이었는데 두 몸이 되느라 힘들고, 부부는 두 몸이었는데 한 몸이 되느라 힘들다.’ 엄마 뱃 속에서 모든 것을 100% 제공 받고 살다 세상에 나와서도 한동안 세상의 중심같은 보호와 돌봄을 받는 시기를 보낸다. 그러나 2살 쯤 되면 아이들은 자신이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엄마와 내가 다른 몸을 가졌고 다른 존재라는 자아 인식을 갖게 되면서 “싫어” “NO”라는 말로 ‘나는 엄마가 아니야. 난 다른 사람이야’라는 것을 알려준다.
두번째로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부모와의 객체화를 선언하게되는 때가 사춘기 시기다. 아직은 부모에게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도움은 받고 있지만, 가족을 넘어서서 세상에서 만나는 친구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찾으려 한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가 돼있지 않다면 이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큰 배신감과 함께 상실과 분노를 겪을 수 있다.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자녀가 나의 존재감과 행복의 이유인 부모는 자녀를 보내는 일이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이유의 상실이기 때문에 떠나보내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녀들이 짊어져야 할 짐을 대신 져주며, 그들의 해결사의 역할을 자처한다. “넌 내가 필요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며 스스로 “난 필요한 존재야”란 존재감과 위로를 느낀다. 또한 자녀가 떠난 후 ‘빈둥지 증후군 (empty nest syndrome)’으로 힘들어 할 수 있으므로, 자녀 대신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 꼭 필요하다.
어떤 부모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연민과 죄책감을 유발하는 말을 함으로써 자녀가 떠나지 못하게 만든다. 두 가지 모두 자녀가 부모를 떠나 독립적인 인격체가 되는 것을 방해하는 행동이다. 내담자들 중에는 성인이 되고도 경제적, 심리적으로 부모를 떠나지 못하거나, 반대로 자녀를 못 떠나보내서 부부관계나, 시댁이나 친정과의 얽힌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종종 본다.
아이들이 7학년 때 한 말이 생각난다. “이제 우리가 함께 살 날이 6년 남았네. 그 후에는 네가 집을 떠나 혼자 살아야 하니까 앞으로 6년 동안 네가 혼자 살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싶은데 어때?“아이의 흔쾌한 승락이 있은 후 아이에게 밥하고 빨래하는 법, 전구와 에어필터 교체하는 방법 등 크고 작은 집안 일들과 가족 구성원으로써의 책임을 하나씩 가르쳤다. 10학년 부터는 은행과 현금카드를 열어, 돈을 쓰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도록 했고, 아직 내 품에 있을 때 실수를 통해 ‘진짜’ 세상을 살아가는 교훈을 얻도록 도와주었다.
매년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이제 5년만 살면 떠나네” “와~ 딱 3년 남았구나”라고 남은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함께 사는 남은 시간을 세어보는 일은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홍역이 언젠가는 끝이 있는 싸움임을 일깨워줘 견딜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 어차피 평생 끼고 살 수 없다면 이제는 한 몸에서 건강한 두 인격체로 성장해서 자녀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한 ‘잘 떠나보내는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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