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ㅇㅇㅇ이 오늘 새벽 1시에 별세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SNS와 이메일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부고와 애도가 줄을 이었다.
10여일 전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아 호스피스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있어 호스피스를 찾았지만 “좋아져서 집으로 갔다”는 이야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발길을 돌렸었는데, 3일 전 다시 호스피스로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중에 천천히 가볼까?”하다 예전에 비슷한 일에 미루다 결국 얼굴을 보지 못해 마음 아팠던 기억이 있어 당일에 찾았다. 병실에 가니 아무도 없이 혼자 눈만 멀뚱멀뚱 하다가 나를 보고는 반가워하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는 질문에 알아듣기 어려운 어눌한 말투로 “얼굴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해 내 이름을 말하자 기억난다는 듯이 끄덕이기도 했다. 내 미소에 따라 미소를 짓고 내가 한 마디 하면 몇 마디를 답했지만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건강해 보여 ‘아직 여기에 올 때가 안 된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당분간은 이 세상에 있겠구나 하며 다음에 다시 오마 했던 것이 3일 전인데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 나와 그와 관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3일 전에 멈춘 것이다.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는 어느 순간일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마치면 더 이상 망자의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미국에서는 망자가 가장 좋아했던 옷을 입히고 입관을 해도 관을 완전히 닫지 않고 망자의 얼굴을 공개하는 뷰잉(viewing) 서비스라는 것을 한다. 이미 망자의 육체와 혼이 분리되었지만 육신의 얼굴을 가족 친지들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는 행위다. 어떤 가족은 관속에 있는 망자에 얼굴을 부비며 살아 있는 사람 대하듯 대화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어디가 삶과 죽음의 경계일까? 다른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고 혼자서는 호흡도 못하는 식물인간을 생각해 보자. 분명 심장이 멎지 않아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아무런 표현이나 의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 과연 정말로 이 세상 사람이라는 확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을 ‘연명의료’라며 기계에 의한 강제호흡을 시키고 주사바늘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면서 삶을 연장시킨다. 이도 최근에는 ‘존엄사’라 하며 본인의 의사 표명이 있을 때 연명을 중단하고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게 해야 하는 것을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세계에 더는 도움이 안 되고 주변에 짐만 된다고 느껴지면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고려하겠다"는 다소 충격적인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그는 예전에 자신의 바람과는 반대로 누군가의 생명을 연명하는 것은 완전한 모욕이라는 말을 했던 것으로 세계에 도움이 안 되고 주변에 짐만 된다는 것에 무게를 둔다면 자신의 삶에 가치가 충분치 않을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올바를까?
프랑스의 생물학자이자 의사인 장-디디에 뱅상은 저서 《인간 속의 악마》에서 죽음은 곧 악마이며 죽음에 휘둘리는 것은 악마의 농간에 놀아나는 것이라며 죽음을 잘 관리하는 것이 악마를 이기는 것이라 하였다. 결국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되어있고 이 세상과 저 세상의 경계가 어디든 간에 죽음에 반하여 현재의 삶을 잘 사는 것만이 슬기로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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