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를 여행하다 보면 ‘아고라’라고 부르는 광장을 많이 만나게 된다. 리스는 민주주의의 발상지로서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자체가 도시국가 형태로 발전을 해왔다. 도시국가란 일정한 거주 지역에 많은 밀도의 사람들이 사는 주거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소통과 교류의 현장으로 길이 교차하는 요지마다 아고라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그들은 서로 만나고 토론하고 소통했다. 이러한 만남과 토론을 통해 그들은 자가 주장을 논리 정연하게 펴는 방법을 배웠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고 반론을 주장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됐다. 그래서인지 그리스인들은 말하기를 좋아하고 다변인 사람들이 많다. 비록 국가경제가 엉망이라 ‘유럽 연합’으로부터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지만, 그들은 별로 주눅 들어 보이지가 않는다.
‘산토리니’에서 만난 그리스 여대생은 학비를 벌기 위해 그곳의 풍광이 좋는 곳에 위치한 선물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스가 국가경제 파탄으로 디폴트를 맞을 수도 있다는 파이낸셜 타임즈의 그 날짜 기사를 알려주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애교를 부렸다. “그리스가 채무 불이행 국가가 된다구요? 그리스는 세계적 관광지인 ‘산토리니’ 이 섬 하나만 팔아도 국가채무를 다 갚을 수 있는데요."‘궤변가’란 그리스가 도시국가를 형성하던 B.C. 5세기경 그곳에 나타난 새로운 직업의 하나였다. 원래의 뜻은 ‘어진사람’으로 이들은 아테네를 비롯한 여러 도시를 다니며 유능한 시민이 되는데 필요한 능변술과 수사학을 가르쳤다. 그러나 이들이 너무나 능변과 수사를 좇다보니 차츰 궤변의 성격을 띄게 되었다. 그들은 보통 제자 한명을 맞으면 일정한 교육기간을 약속하고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능변을 가르쳤다. 문제는 이때 교육내용이 너무 기교에 흘러 능변이 아니라 궤변을 가르친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알려진 일화로는 스승과 제자간의 수업료 문제로 법정투쟁까지 하게 된 경우도 있었다. 이때 법정에서의 스승과 제자간의 논쟁이 얼마나 궤변의 극치였는지를 잘 말해 주고 있다. 스승은 재판관 앞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내가 이 재판에서 이기면 물론 수업료를 받아 내게 되겠지만, 내가 져도 수업료를 받아야 합니다. 왜냐구요? 내가 저 제자에게 나를 이길만한 능변 실력을 길러 주었으니까요." 그러나 제자는 제자대로 이렇게 주장했다. “제가 이 재판에서 이기면, 이겼으니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재판에 져도 돈을 지불하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서 계신 저의 스승이 제게 이길만한 실력을 길러주지 않았으니까요."요즘 우리 사회에도, 어느 단체의 모임이나 공청회 같은 곳에 가보면 말이 안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목소리가 크고 말을 잘한다고 해서 논쟁이나 토론에서 꼭 이기는 것이 아니다. 화려한 수사보다는 진정한 한마디의 말이 더 감동을 주고 가슴을 울린다. 말의 기교 보다는 그의 말이 뜻하는 바가 “참"이냐가 더욱 중요하다.
말이 많은 사회- 소문도 많고 루머도 많지만, “참"말이 아니면 하지 말고, 자가가 확인한 사실이 아니면 전하지 않을 때 우리 사회는 더욱 명랑해지고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이세희 Lee & Assoc. 대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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