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는 사람 혹은 사람관계에서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뜻한다. 또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웃이나 친구를 돕는 마음을 이르기도 한다. 신의는 의리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동의어이긴 하나, 의리보다는 차원이 높은 공의(公義)의 개념을 가진 말로서 지고지선(至高至善)의 의리 임을 나타낸다.
흔히 의리란 말을 화두에 담게 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조직 폭력배들이 조직원들의 충성심을 담보로 사용하는 말인 의리라는 단어이다. 8.15 해방 후 조직 폭력배가 의리를 앞세워 정치권력과 결탁하여 세상을 좌지우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가 자유당 말기였다. 극도로 부패한 이승만 말기 정권 하의 폭력배 임화수는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이웃 이천군 출신인 정치 폭력배의 대부인 이정재의 산하에 들어가 의리를 맺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자 반사회 분자로 찍혀 검찰에 체포되어 두 사람은 사형을 선고받아 서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정재는 죽기 전 그의 아들과의 면회 때 “사람이 살고 죽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의리 있게, 남자답게 살아야한다”고 의리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해서 세월이 변하면서 원래의 참다운 사람의 도리를 뜻하는 ‘의리’의 의미에서 잘못된 개인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리’로 변질되어 왔다. 지금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 전반적인 먹이사슬들 간의 끈끈한 매개를 묶기 위해 ‘의리’를 사용할 정도로 보편타당한 저속한 의미로 타락하고 말아서, 친구지간에도 의리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기에 속내를 보일 정도의 거북한 단어가 되었다.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상 가장 참다운 신의를 지키면서 그 고결함을 청사(靑史)에 빛낸 분들이 있다. 유성룡(柳成龍)과 이순신(李舜臣)이다. 유성룡은 이황의 문하에서 수학하였으며 성리학의 대가였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유성룡은 말단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하여 전라도 수군 방어 책임자로 임명하여, 당시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 시키는데 공을 세웠고, 죽을 때까지 청렴하고 정직한 삶을 살아 ‘조선의 5대 명재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유성룡은 이순신과는 어려서부터 같은 동네에서 함께 자라 형제와 같은 절친한 선, 후배사이로서 이순신이 명량대첩에서 순직할 때까지 이순신의 후견인 역할을 다 하였다. 유성룡이 임진왜란의 참상과 재발 방지를 위해 후세 사람들에게 알릴 목적으로 저술한 ‘징비록’에 따르면, 1597년 이순신이 역모를 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 이순신을 천거한 사람이 나 유성룡이므로, 나와 사이가 좋지 못한 사람들이 나를 몹시 공격 하였다” 는 기록이 남아 있다. 유성룡이 지방을 순찰하는 동안 그의 반대파가 선조에게 주청하여 이순신을 중죄인으로 만들어 놓았음을 알았다. 이에 유성룡은 선조께 즉시 사직 상소를 10여 차례나 계속해서 올린 후 낙향하였다가 선조의 간청에 따라 영의정으로 돌아와 죽기 직전의 백의종군 중인 이순신을 구하여 수군통제사로 복직시키고 명량해전에서 이순신의 대활약으로 위기의 조선을 구하게 하였다. 유성룡과 이순신은 한평생을 풍전등화(風前燈火) 직전의 조선을 구하기 위해 상호간의 신의로 뜻을 모아 공의로운 삶을 청사에 길이 남긴 위인이었다.
힘들게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 황교완 총리가 고교, 대학 동창인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황 총리에게 “황 총리와는 두 번(고교, 대학)이나 동창이지만 진짜 동창이 되고 싶은 것이 있다. 사회정의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확대시키는 동창이 되고 싶다”고 했으며, 황 총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견해 차이를 극복해서 공동의 최선을 추구하자”고 화답했다.
국가를 위한 대업(大業)을 수행하는 마당에 있어서 여당, 야당, 정부, 국회의 비생산적인 아집이 담긴 정책 논란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유성룡과 이순신의 신의지기처럼 국가를 위해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신의로서 대의(大義)를 도모한다면 청사에 남을 진정한 동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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