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민 한인 복지센터 청소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워싱턴 한인 복지센터에서 나의 공식 직함은 두 가지이다. 그 중 하나가 청소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이다. 주로 다양한 청소년 프로그램들, 예를 들어 청소년 동기부여 세미나, 청소년 경제학교, 대화의 기술 세미나, 청소년 인터넷 중독 예방 세미나, 청소년 자원봉사 활동 등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나의 주된 업무이다.
지난 1년을 되돌아 보고 정리를 하면서 깜짝 놀란 것은 복지센터의 청소년 프로그램들을 거쳐간 청소년들과 부모들의 숫자가 1년 동안 무려 27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는 딱 한 번만 참여하고 더 이상 얼굴을 볼 수 없는 학생들도 있는 반면 매번 프로그램들이 있을 때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다. 그리고 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가 조금은 성장하고 성숙해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청소년들과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단기간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청소년들과 가까워지는 것이, 또 부모들과 교류를 나누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청소년 자원봉사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 학기제로 운영 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한 번 모집이 되면 13주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3시간씩 항상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도, 아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여유도, 그리고 부모님들과 교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일단 학생들이 모집 되면 매주 토요일 지역사회에 있는 너싱홈(양로원)을 방문한다. 그리고 그곳에 계신 한인 어르신들을 위해 그룹 활동을 진행 하며, 함께 산책도 하고, 각 방을 방문해 말벗도 되어 드리며, 개인적인 도움이 필요할 경우 필요에 맞게 도와 드린다. 재미있는 것은 처음 아이들이 너싱홈에 방문하게 되면 대부분 멘붕(멘탈붕괴의 줄임말)을 경험하게 된다. 우선, 어떻게 어르신들에게 다가가야 할지를 모르고 설령 다가간다 하더라도 그 다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말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을 많이 어려워한다.
아이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한 발 뒤로 물러나고 가능한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니들 이제부터 시작이다, 각오들 해라!” 그렇게 첫 방문이 끝이 나고 다 함께 둘러 앉아 그날의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그날의 힘들고 당황스러웠던 것들을 나누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들끼리 스스로 다음 번 방문 때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시작한다. 한 주가 지나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되면 아이들도 이미 마음의 각오가 되어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어르신들께 다가가 인사를 드리고 지난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뭐 필요한 것은 없으신지 물어 보면서 첫 번째 방문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2세들의 경우, 특유의 혀굴리는 어색한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노력하는 그 모습이 서툴지만 보고 있자면 절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그렇게 13주의 과정이 끝나고 나면 아이들은 처음 참여 했을 때와는 분명 달라져 있다. 우선 자신만을 생각하던 개인주의적인 사고를 조금씩 깨뜨리고 시작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민 1세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게 되면서 자신들 가족의 이민 1세대인 아버지, 어머니(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조금은 이해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아이들의 장래 모습이 기대된다.
청소년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나의 목표는 분명하다. 우리 1.5세, 2세 한인 청소년들이 복지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건강한 가치관을 갖고 자라는 것이며, 무엇보다 개인의 성공만을 위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가진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줄 알고 자신의 성공과 재능을 한인 지역사회에 다시 환원할 수 있는 이타적인 삶을 배우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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