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벌써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방금 지나간 6월이 왠지 슬프고 허망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양에서는 6월달을 행복의 달이라고 하여 온갖 꽃축제가 열리고 작곡가 와그너도 그 유명한 웨딩마치를 6월에 발표했다고 한다.
우리는 6월하면 우선 현충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무리 진혼곡을 길게길게 불러도 씻어낼 수 없는 민족사의 비극, 6.25가 가슴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병사들과 민간인 수백만이 전란통에 희생됐다. 미군, 중공군, 소련군 등 연합군들도 개입해 함께 마구 죽어간 그런 참극이었다. 그런데 이런 슬픔과 비극을 안고 있는 우리는 이번 6월을 어떻게 보냈는가.
TV와 라디오에서 고국 소식이 나오면 으레 싸움판 드잡이 뉴스다. 고국에 대해 불손한 말이지만 자주 TV와 라디오를 꺼버리곤 한다. 싸우는 소리, 불협화음, 유치한 욕설이 역겹고 지겨워서다. 6월의 행복을 찾아내지는 못할 망정 6.25 비극의 수많은 영령들 앞에 촌보의 깨달음조차 없단 말인가. 조국을 향해 지나친 언사 같지만 참으로 고개도 돌리기 싫을 때가 있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왜들 그렇게 싸우는가?
정계를 비롯해서 문화예술계, 학계, 재계, 종교계 등등 모두가 이전투구의 장이다. 고국을 비난하기 위해 과장하는 것이 아니다. 우선 정계를 보라. 청와대와 여당, 여당내 친박, 비박, 친이가 서로 물고 물리는 유치한 싸움이 체면조차 기리지 않고 매일 벌어지고 있다. 세계문명 선진국이라는 어느 나라에서 대통령이 여당대표를 사퇴하라고 공개적으로 호통을 친단 말인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민주적 발상으로 대통령마저 뛰어들어 뒤엉켜 싸우고 있다.
이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독재의 괴상한 몸부림은 빤히 보면서도 그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대통령 체면 보면서 사퇴하라는 식의 곡학아세를 서슴지 않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의 싸움은 6월내내 그런 식이었다. 참으로 밥맛 없는 6월이었다. 또 야당의 몰골은 무언가. 야당도 또한 서로 물고 찢는 싸움으로 지새고 있다. 실책에 대한 책임도 없고 넥타이 갈아매듯 변측만을 능사로 한다. 여기도 싸움판의 화신일 뿐 민족통일과 복지를 위한 고민은 커녕 패권다툼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그리고 여야 싸움질 속에 더 한심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비참한 역사를 엮어가는 줄을 모르고 신경마저 무디어 진 것 아닌가하는 공포감이다. 일찍이 우리 역사에 이렇게까지 무질서한 혼란은 없었던 것 같다. 사색당쟁때도 최소한의 명분은 있었고 통일된 국가체제였다. 오늘의 현실은 무언가. 부정부패 창궐에 사치, 향락,방탕 그리고 도덕성의 실종, 경제파국으로 힘겨운 부채 만을 떠안은 서민대중의 신음소리 뿐이다.
우리 민족의 원수 조선 식민지 마지막 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패전후 조선을 떠나며 악담을 퍼부은 일이 있다. 마지막 고별 연설에서 “일본은 졌다. 그러나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데 조선이 제 정신을 차리고 찬란한 위대한 영광을 찾으려면 10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 국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사관을 심어 놓았다. 결국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사람으로 살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는 끔찍한 저주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 자의 악담이 이번 6월달에 특히 시퍼런 비수가 되어 가슴을 찔러온다.
한국 각계각층 그리고 해외의 동포사회까지 분열과 반목으로 지새고 있지 않은가. 당장 이번 6월에는 6.15 공동선언문 발표기념 공동행사 장소도 남북이 합의를 못보고 무산시켜 버렸다. 8.15 공동행사도 그렇게 될 모양이다. 분단 70년이 된 올해 남북이 함께 도출해 낸 결과가 공동행사 장소 하나 마련 못한 것으로 귀착되고 말았다. 왜 이리 서로가 지긋지긋하게 싸우는가. 앞날이 불길하다. 소돔과 고모라가 의인이 나타나지 않아 멸망했다고 하는데 우리 남북한이야말로 의인이 나타나야 되지 않겠는가. 민족을 통일의 길로 이끌고 갈 지도자의 구원의 손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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