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둘째 손녀가 태어났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것 만큼 신비롭고 경이로운 일이 있을까? 기독교 신자들은 갓난아이의 모습에서 창조주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것이다. 갓 태어난 손녀의 두 눈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쳐다보니 어찌 그리 영롱하게 반짝이는지, 마치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샛별 같다. 세월이 흐르며 거친 세파에 점점 그 빛을 잃어가겠지만.
나이가 들며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물론 긍정적 변화도 많이 있지만, 마음이 점 점 굳어지고 무디어져 잃어가는 것도 많다. 그래서 누군가는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닌 것은 슬픈 일이다”라고 했던가. 잃는 것 중의 하나가 ‘마음의 설레임’이라 생각된다. 어릴 때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하찮은 것도 마음 설레이며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6.25 전쟁 전후 세대들은 기억나겠지만, 소풍(그때는 “원족”이라 했음)이라야 줄지어 걸어서 왕능이나 가까운 유원지에 가는것이 고작이었다. 등에 맨 백팩에는 기껏해야 삶은 계란, 구운 오징어, 과자 부스러기와 과일 몇개, 그리고 사이다 한병이 들었는데, 그 소풍을 마음 설레이며 기다렸다. 내가 다니던 매동 국민학교에는 수위가 우물에서 하늘에 오르는 용을 해쳐서 행사 때는 꼭 비가 온다는 엉터리 전설이 돌았었다. 그래서인지 비가 올까봐 걱정이 되어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 밤하늘을 처다 보곤 했다. 그 순진했던 마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
본인에게 설레임하면 특별히 생각나는 것은 빙판 스케이트다. 중학교 때였던가, 우리 집 형편으로는 어림없는 스케이트를 내가 너무나 가지고 싶어 하니까, 직장에 다니던 누님이 ‘Hope’라는 스케이트를 큰 맘 먹고 내게 사주었다. 실로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흥분했는데, 문제는 얼음이 얼도록 빨리 추운 날씨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방에 이불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스케이트 신고 걷는 연습부터 했다. 빨리 빙판에서 신나게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렸는지.
이제 어느새 두 손녀의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내게 아직도 그 잔재가 남아 있는 설레임은 아마도 여행에 대한 것이다. 어릴적 부모님과 여행해 본 기억이 전혀 없기에, 결혼하여 자녀를 가지면 최대한 같이 여행하려고 다짐하고 최선을 다했다. 여행의 흥분은 그 목적지와 일정을 정하고, 가 볼만한 곳을 찾아보는데서 시작되는데, 드디어 호텔이나 비행기 예약을 시작하면서 극도의 설레임이 가슴을 흔든다. 사실 여행 그 자체보다 준비하며 상상하며 기다리는 그 기대감을 더 즐겼는지도 모르겠다.
예수를 주인으로 모시고 사는 성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설레임은 당연히 천국에 대한 설레임일 것이다. 이 설레임이 흐려진다면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달려갈 길을 마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약속된 기대가 없다면 이 세상의 삶은 얼마나 허무할까 생각해 본다.
조니 에릭슨 타다는 젊을 때 다이빙 사고로 목 아래를 쓸 수 없는 전신마비를 입었지만, 흔들리지 않는 믿음으로 복음을 증거하며, 입에 문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많은 책을 쓴 여인이다. 그 책중의 하나가 ‘천국, 당신의 본향(Heaven, Your Real Home)’이다. 성경을 토대로 믿음의 눈과 심장으로 마음의 고향인 천국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곳은 어떤 모습인지, 무엇을 할지, 누구를 만날지 정결하고 따뜻한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심한 장애를 입었기에, 몸이 건강한 사람보다 더욱 더 설레이는 마음으로 본향을 사모하는 것을 본인은 축복으로 여긴다고 한다. 나 자신의 천국에 대한 진정한 기대와 설레임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그녀의 믿음은 나의 심장을 정직히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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