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라스트(James Last)는 독일의 대중 음악가로서 지난 6월9일 86세의 일기로 영면했다. 그가 처음 음악계에 데뷔했을 때는 클래식 작곡가로서 활동했지만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그는 그의 음악에 커다란 변화를 시도했다. 유명한 교향곡, 피아노 곡, 오페라, 영화음악, 뮤지컬 곡들 중에 최고의 아름다운 주제곡을 3분에서 5분 정도의 연주 시간으로 한정해서 누구나 쉽고, 로맨틱하게 들을 수 있는 품위 있는 경음악(easy listening)으로 편곡하여 자신이 조직한 제임스 라스트 악단을 통해 연주했다. 그의 음악이 전파를 타고 세상에 알려지게 되자 순식간에 가장 대중적이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세상의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며, 그 당시 그의 음반 판매량이 음악 역사상 최고인 1억장 이상을 웃돌아 인기를 한 몸에 받았었다.
제임스 라스트 음악의 특징은 브라스 밴드(트럼펫을 비롯한 금관악기)를 기조로 하여 현악기와 보컬들과의 하모니를 절묘하게 이루며, 경쾌하면서도 로맨틱하고, 스펙터클(spectacle) 하면서도 가슴을 저미게 하는 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하고 화려한 편곡과 연주에 있엇다.
내가 제임스 라스트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오래전 젊은 시절 영국에서 거주할 때였는데, 그때는 경쾌하고도 아름다운 음악 정도로 여겼다. 그의 음악이 진심으로 나의 마음에 와 닿아 큰 감동과 위안을 주기 시작한 것은 나의 큰 아이가 미국 유수의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갑작스런 병으로 인해 늙은 아비를 두고 혼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후 부터였다. 나는 꽃을 사랑해서 나의 집 앞, 뒤 꽃밭에 여러 가지 예쁜 꽃들을 가꾸어 놓았는데 그중에서 오색 국화꽃들을 무척 사랑했었다. 아들이 죽은 후 나는 이 국화꽃들을 볼 때마다 꽃 위로 아이의 웃는 얼굴이 오버랩 되어 나에게 다가왔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눈을 떠도 아이는 언제나 국화꽃 속에서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나는 미칠 듯이 보고 싶은 아들에 대한 연민이 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잊기 위해 나의 서재로 돌아와 내가 좋아하는 제임스 라스트의 음악을 들었다.
나는 그의 트럼펫 연주곡들을 특히 좋아했다. 왜냐하면 많은 트럼펫 연주곡들을 들어 보았지만 제임스 라스트의 연주만큼 지고하고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트럼펫 연주곡 중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라는 ‘ nature boy’는 슬픔과 외로움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처절한 절규를 트럼펫이라는 악기를 통해 삶의 고통을 온통 뿜어낸다. Bob Cossin의 탁월한 연주는 아이를 잃고 슬픔의 깊은 심연에 빠져 있던 나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nature boy’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트럼펫이 느리게, 끊어질듯 말 듯 하면서 구슬프게 흐느낀다. 마치 삶에 지친 사람들이 뿜어내는 깊은 한숨 소리와도 같이... ‘nature boy’ 못지않은 제임스 라스트의 걸작품으로는 ‘Czardas von monti’, ‘Over rhe rainbow’, ‘외로운 목자(shepherd)’, ‘아다지오(Rodrigos Concerto)’ 등 수많은 곡들이 있다.
이제 나는 나의 고통과 슬픔을 제임스 라스트와 함께한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나보낸다. 그를 보내면서 슬픈 삶에 대한 프로이트의 진솔한 말을 생각해 본다. “삶은 상처와 함께, 상처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태어나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충동이, 우리 안에 우리도 모르는 무의식이 존재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슬픈 존재일까. 슬픔이 인간이 느끼는 가장 근원적인 이유도 여기 있는 것일까. 제임스 라스트.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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