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뜻하지도 않는 주변의 죽음에 몸과 마음이 여간 심란하다. 아들 딸을 대학을 졸업시킨 한 가정의 장한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한 지 2주만에 폐암말기로 세상을 떠나버린 나이 50도 안된 후배의 죽음이 그렇고, 육사를 졸업하고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만능 스포츠맨으로 건장한 가치관과 신앙을 가진 분이 나이 60 중반에 한밤중에 돌연사 하셨다.
그런가하면 건강에는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불과 한달전에 철인 3종 경기를 마치고 북미 최고봉은 물론이고 산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살던 가까운 지인이 부인과 함께 알프스 몽블랑에서 변을 당했다.
‘사람이 살면은 몇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 났네~ 에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한이런가 푸념이런가, 진도아리랑에는 이런 선소리가사도 있다. 죽음에 앞뒤가 없다. 이게 세상이다.
아침신문에 현재 19세기 출생 인류중에는 그러니까 1899년 이전 생은 단 두사람만이 이 세상에 남아있다고 한다. 116세인 셈이다.
언젠가 3~4년전에 ‘죽기전에 하고 싶은 일 10가지’, 흔히 ‘bucket list‘라고 하는 걸 만들어 본 적이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할 일’의 구분도 모호하지만 욕심 사납게 ‘하고 싶은 일’들을 적기 시작했다. 언제라고 기한을 정해 보기도 하고 어떤 것은 막연하기도 한 내용까지도 뒤섞이게 마련이다. 주로 연말연시에 작성하게 되지만 막상 작성을 해 놓고 나서 돌이켜 보면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적게 되는데 그것은 달성 가능성 측면에서 허황된 내용을 배제해야 하고 그렇다고 아무리 혼자 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꿈같은 이야기만을 적어 놓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제 삼자가 보게 될 경우라도 가령 ‘100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읽겠다’라든가 판소리 ‘춘향가’ 완창에 도전한다든지,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한다는 등 고상한 내용도 물론 있을 수 있겠고, 지극히 이기적인 내용에서 부터 하잘 것 없는 바램들도 있다. 본인의 노력과 관심여하에 따라 달성, 미달성은 별개로 치자. 그래서 ‘하고 싶은 일’만 적는 것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거기에 덧붙여 ‘해야 할 일’ 쪽으로 돌리면 마음이 무거워 진다.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와 의미’가 있는 일인가에 대해서 잠시 숙연해 지기도 한다. ‘해야 할 일’ 들에도 ‘성경통독’ 이라든가, ‘보험가입’ ‘유언작성’ 같은 아주 유용한 일들도 있지만 이것도 개인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일 수도 있겠으나 조금 시야를 넓히다 보면 인간 사회의 수많은 부조리의 건설적 변화를 위해서는 좌절과 절망들이 산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는 피투성이가 되는 양심, 도덕과도 싸워야하고 원치 않는 시비에도 말려들어가야 하며, ‘거짓말과 회피, 비겁’같은 것들도 지켜봐야 할 때도 물론 있기 때문이다.
반드시 ‘돈과 권력’이 있어야 이루어지는 것도 또한 아니다. 그렇지만 없으면 더디 이루거나 이루지 못할 일들도 있다. ‘민족통일’ 같은 것이 그런 것이다.
이것을 ‘개인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말고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허황되지만 올려놓고 살고 싶은 마음이다.
아울러 자기와 가족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 열에 한두가지 쯤 올려놓고 고민하는 인생도 나쁠 것 같지는 않다.
성경의 마가복음의 그 유명한 ‘탈리타쿰’, 즉 ‘소녀여, 일어나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절망과 죽음의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메시아를 찾는 마음으로 치열한 하루하루가 복된 나날로 채워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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