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국영화 ‘연평해전’을 극장에서 봤다. 참으로 익숙한 장면이 많았다. 나는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초임장교 시절의 대부분을 바로 그 전투의 현장인 연평도와 백령도/대청도 해역에서 참수리 고속정의 부장, 정장, 편대장으로서 임무를 수행하였다. 한마디로 해군장교로서의 잔뼈가 굵은 곳이 바로 그 곳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감회라는 것은 감히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다.
해군사관학교 식당 벽에는 “귀관은 포연탄우(자욱한 총포(銃砲)의 연기(煙氣)와 빗발치는 탄환(彈丸)이라는 뜻) 생사 간에 부하를 지휘할 수 있는가?”라는 글귀가 걸려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정장인 윤영하 소령이 바로 이 글귀에 가장 정확하게 그렇게 했다고 대신 답변해 주고 싶다. 군사이론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보면 “전쟁은 수단을 달리하는 정치의 연속이다”는 말을 실감케 한다.
한미연합사의 교전규칙은 한국군과 미군이 각국의 전략지침과 군사전략을 반영하여 연합사에서 상호 합의하에 만들어 진다. 이러한 교전규칙은 각군의 작전계획에 반영되어 상황발생시 군사작전의 범위를 제공한다. 사실 미군의 교전규칙은 자기 함정으로 고속 접근하는 물체는 무력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명백한 적대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자위권을 발동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필요성과 비례성이 고려되고 있지만 실제 연평해전시 교전 당사 함정의 전력을 비교해 보면 정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많이 난다. 북한 함정에 장착된 포는 탱크에 설치되어 있는 포이다. 좌우에 사수와 선회수가 있어서 사수는 고각을 조준해야 하고 선회수는 방향을 조준해야 하며, 이들이 동시에 표적을 조준해야 명중시킬 수 있으나 그들이 아무리 잘 조준했다 할지라도 우리 함정 또한 파도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명중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반면에 우리의 전력을 보자. 함수에 40미리와 함미에 20미리 발칸포가 달려 있다. 20미리 발칸포 같은 경우에는 분당 3,000발이 나가는 포이다. 이를 초로 계산하면 1초에 50발이 발사되는 셈이다. 한번 방아쇠를 당기면 하늘에서 포탄 소낙비가 내리는 셈이다. 하지만 과학화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민감하고 외부의 충격에 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전시 상호 접근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의 상황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온갖 수단으로 경고하더라도 불응하고 북방한계선을 넘으면 먼저 사격할 수 없기 때문에 근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은 이것을 이용하여 당으로부터 고도의 정치적인 계산 하에 지침에 따라 도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적극적이고 일관되게 대응을 하지 않으면 그들의 꼬임에 휘말릴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월남의 공산화 방지라는 정치적,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패배한 전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제2 연평해전은 교전규칙의 문제로 기습을 당하긴 하였지만 우리의 북방한계선을 수호와 전쟁억제라는 전략적인 목표의 달성과 교전규칙에 의해 필요성과 비례성에 의해 상대방에게도 충분히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승리한 전투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적 함정은 자체로 항해하지 못하고 예인되어 갔으며 13명 전사에 25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해군에서는 전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해군에서 유도탄 고속함의 이름을 1번 윤영하 함으로부터 2번 한상국 함, 3번 조천형 함, 4번 황도현 함, 5번 서후원 함, 6번 박동혁 함이라 명명하였다. 비록 그들은 희생되고 없지만 그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군인정신은 두고두고 온 국민에게 기억되길 바란다.
또한 이 영화 제작비가 없어서 크라우드 펀딩 즉, 소규모의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제작비의 1/3을 감당했다는 소식에 참여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우리 조국,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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