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잘났어, 정말”은 문장 구성으로 보면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소리를 했는데 내 맘에 들게 들어주지 않거나 무시할 때, 다른 누군가 내 의견에 동참하지 않을 때 비아냥거리며 많이 쓰는 말이 되어버렸고, 때로는 말로 하기보다는 입을 삐죽거리거나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표시한다.
나는 원래 컴퓨터엔지니어였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하는 곳을 찾기 전 혹은 찾기 쉽지 않을 때 나에게 달려온다. 내가 마음과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가능한 도와주려고 애를 써본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노안이 오고 마음의 여유가 적어지면서 문제의 증상을 들어보고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경우는 아예 들여다보지 않고 전문가에게 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너 잘났어, 정말’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컴퓨터 문제는 5분이면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것도 옛말, 윈도우가 달라지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의 등장으로 내 기술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 이럴 경우 조금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나이 들면서 적응력이 쉽지 않아 자꾸 멀리하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부탁을 쉽게 들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서 ‘너 잘났어’라는 것을 눈치 채게 된다. 원래 “너 잘났다”라는 말은 영어로 하면 “You’re good”, 또는 “You’re best”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한글로 “너 잘났어”하면 문제가 생긴다.
얼마 전에 주변의 한 친구가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하였다. 순간적으로 튀어 나간 말이 “너 잘났어, 정말”이었다. 그냥 “너, 잘했어”라고 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을 내가 무심코 툭 던진 말에 그 친구는 기분 나빠하면서 주변 분위기는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 중 한 사람이 “말이라는 게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느냐?” 충고를 하였고 나는 진땀을 흘리며 사과와 설명을 하고 오해를 푼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왜 우리는 좋은 말을 나쁜 뜻으로 쓰면서 오해를 주고받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사회성이나 관계성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상대를 믿고 좋게 생각하기 보다는 믿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에 배 아파하는, 즉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식의 사회성에서 오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였다.
7080세대들이 한참 사회생활을 하던 30대에 많은 회사들이 ‘가족’이나 ‘한마음’이라는 문구로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통 잘되는 관계성을 강조하였다.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관계유지를 위한 단결을 호소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백의민족이니 단일민족이니 하며 순수하고 동질성이 강한 민족이라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7080년대에 바쁘게 급격히 팽창하는 사회에서 분열의 조짐이 보이자 경쟁력을 위해 ‘가족, 한마음, 더불어 살기’등의 구호로 단결을 호소하면서 동질성을 유지하려 하였다. 하지만 요즘 우리 한인사회와 한국은 어떤가? 좌도 우도 아닌 애매한 분류로 서로 반감을 가지며 나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모두 잘못된 것으로, 내가 찍지 않으면 영원히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한 사회가 되지 않았나?
조금 다른 곳으로 흐른 것 같았지만 누군가에게 “너 잘났어, 정말”하면 비아냥거리는 것이 아니라 “You’re good’, 혹은 “You’re best“라는 말보다 더 좋은 뜻으로 주고받는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