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은 충격적인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10년 후 ‘사라질 직업’과 ‘없어질 일’ 702개를 발표한 것이다. 인간이 할 일의 절반가량을 기계에 뺏길 수 있다는 내용의 이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옥스퍼드 대학의 인공지능 전문가 마이클 오스본 교수, 그는 “21세기의 기술적 진보는 지금까지 인간 영역으로 되어 있던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작업을 기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계가 인간의 손과 발을 대체했다면 이제는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고 있다는 얘기다. 오스본 교수가 언급한 직종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미래에는 변호사와 경찰까지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그의 전망에 반론도 있다. 자동화가 침투하는 방식은 서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기술에 의해 대체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기계화로 인한 인간의 실직과 관련한 향후 전망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런 현상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기 힘들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음성인식을 통해 사람의 지시를 수행하는 스마트폰 비서 앱인 ‘시리’의 영향으로 지난 12년 동안 영국에서 비서 일자리가 모두 16만개 이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최근 급속한 기술 발전을 보이고 있는 무인자동차가 상용화 될 경우 운전관련 직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할리웃 영화업계에서 일하는 헬기 조종사들은 이미 실직의 쓰라림을 맛보고 있다. 하루 1만달러가 소요되던 항공촬영에 드론을 사용하면 비용을 2,000달러로 줄일 수 있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런 가운데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패스트푸드업계가 경비절감을 위해 자동화 식당을 늘리면서 종업원들의 대량 실업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16일 워싱턴포스트에 실렸다. 로봇에게 햄버거 패티를 굽게 하고 주문용 태블릿 PC를 설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기사의 논지는 패스트푸드업계 인사들의 엄포로 들린다. 또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서비스업의 본질인 만큼 요식업 종업원들과 고객 간의 접촉을 기계가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하지만 이 기사는 기계화와 자동화의 흐름 속에서 단순 노동자들이 처해있는 대단히 취약한 처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런 흐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계와의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교육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인간과 인간사이의 소통능력, 즉 기계나 로봇만으로는 완전 대체가 불가능한 영역을 더욱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처방은 다양하다. 창의성을 길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창조경제에 대한 설명만큼이나 모호하고 공허하다.
오스본 교수가 머지않아 없어질 직업들 가운데 하나로 언급한 것이 은행의 투자상담가이다. 시스템이 인간을 대체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차에만 의존한 자동화된 시스템이 어떤 혼란과 위기를 초래했는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똑똑히 봤다. 인간이 만들어 낸 기계의 역습으로 인간이 대체되는 미래 사회. 그것은 많은 인간들이 꿈꾸고 있는 그런 유토피아는 결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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