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7월 7일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떨어져 있던 견우와 직녀가 일년에 한번 만난다는 칠월칠석이다. 얼마나 애달픈 별들의 러브스토리 인가. 견우는 소치는 목동을 말하고 직녀는 베 짜는 여인을 말한다는 걸 나중에 알고 마치 사람들의 얘기 같아서 더 실감이 나곤 했다.
문득 은하수가 보고 싶어 뒤뜰에 나가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집 주위의 나무들이 키가 커서 하늘을 가리는 바람에 별들을 많이 볼 수 없어 서운하다. 어디로 가면 어린 시절 여름 밤마다 한없이 바라보곤 했던 그 무궁한 밤하늘과 별들, 그리고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 궁리 끝에 한밤중에 집 근처에 있는 로빈슨 고등학교 운동장을 찾아갔다. 그곳에 가면 텅 빈 운동장에 홀로 서서 별들을 한껏 볼 수 있으려니 했는데 가로등이 밝아 그리운 별들을 못 만난 채 돌아왔다.
견우와 직녀의 전설에 대한 유래를 제대로 알기 위해 문헌을 찾아보니 두 남녀는 원래 하늘나라에서 살다가 서로 사랑하게 되어 결혼을 했다 한다. 그런데 그들이 사랑에 빠져 일을 게을리 하자 옥황상제가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서쪽에 살도록 갈라 놓았다.
단 1년에 한번 칠월 칠석이면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 볼 수는 있게 했다. 이렇게 해서 견우와 직녀는 1년 동안 서로 그리워하다가 7월 7일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만나야 했다. 그러나 은빛 강물은 너무 깊고 멀었다. 가슴에 쌓인 이야기도 나눌 수 없는 채로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 견우와 직녀의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에 감동한 지상의 모든 까치와 까마귀들이 칠석날 은하수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기 몸으로 다리를 만들어 견우와 직녀가 만나도록 했다. 그래서 그 다리를 까마귀 오(烏), 까치 작(鵲)자를 써서 오작교(烏鵲橋)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견우와 직녀는 그렇게 오작교를 건너 만나게 되지만, 새벽동이 트면 다시 헤어져야 하며, 또다시 애타는 마음으로 일년을 보내야 했다. 이 슬프고도 애달픈 사랑의 전설은 고구려 벽화 중에 직녀와 소를 끌고 있는 견우의 그림과 붉은 글씨로 견우, 직녀라고 쓴 글씨가 발견됨으로 해서 고구려 이전부터 있었던 역사가 깊은 전설이다.
이 날 저녁에 비가 오면 견우와 직녀가 만난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새벽에 비가 오면 이별의 슬픈 눈물이라고 전한다. 그 날에 내리는 비 조차도 두 별들의 눈물이라고 생각한 그 서정이 얼마나 가슴 아리도록 아름다운가. 비가 내리는 무렵에 따라 두 별이 다시 만난 기쁨의 눈물과 시간이 되어 헤어져야만 하는 이별의 서러운 눈물로 가늠한 그 감성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문학적인 글을 쓰게 하는 근원인 것 같다. 요즘 아이들도 이런 전설을 들으면서 자랄까?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처럼 무슨 얘기든 듣는 그대로 믿기나 할까? 같은 얘기라도 어렸을 때 들은 얘기는 그 뜻을 제대로 몰라서 오히려 더 신비롭고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행운의 상징인‘7자가 둘이나 들어있는 칠월칠석날, 이 날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는 모두 은하수로 날아가, 다리 구실을 한 까마귀는 머리가 밟혀 모두 머리가 벗겨진 까마귀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나이 들면서 견우와 직녀에 대한 얘기보다 오작교에 관한 얘기에 마음이 더 끌린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세계에 비해 두 별들의 사랑을 이루어주기 위해 스스로 다리가 되어준 까치와 까마귀에게 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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