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다가오면 65년전 맥아더장군이 기습적으로 인천을 상륙하여 6:25전쟁의 판국을 바꾸어 놓았던 날이 생각난다. 쿵쿵하는 함포소리가 무섭기 보다는 즐거운 노래처럼 들렸다. 이러한 승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15년 전에 노폭 버지니아 해군기지에서 인천상륙 재현 행사가 있었다.
이 재현 행사는 미국과 한국정부가 2000년 9월 15일에 인천과 노폭에서 동시에 상륙작전을 재현하기로 약속한 행사였다. 미국 측에서는 국무부 책임자, 노폭 해군기지 대표, 맥아더장군 기념관 관장, 노폭시 대표, 한인회 회장 등으로 구성된 준비위원이 거의 일 년 간 매달 한번씩 회의를 갖고 꾸준히 준비해왔다. 한인회의 주요임무는 1개 소대 병력의 한인 해병대원과 1개 소대 병력의 인민군 역할을 담당할 참가자를 선출하여 재현 현장에 투입 하는것 이었다. 다행히도 타이드 워터 지역에는 해병대 출신 재향군인들이 많아 인원 확보에 별문제가 없었고 인민군 역할은 타이드 워터 침례교회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하기로 했다.
인민군 군복은 주최 측에서 보급하기로 하고 우리 해병대 군복은 한인회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군수 잉여물자 업소에서 10벌을 구입하고 나머지는 한국정부의 도움을 청했다. 나는 그해 여름에 한국 방문 중 계룡산 밑에 있는 해군 본부에서 인천행사 책임자와 회동하고 미국으로 돌아왔다. 귀국한 지 몇일후 주미한국대사관으로부터 한국에서는 이 행사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통보가 왔다. 약속됐던 군복도 못 보내주겠다는 것이었다.
행사 일정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행사를 취소한다니 한인사회나 미국측 준비위원들이 당황한 것은 물론 크게 실망했다. 한국이 참여안해도 이곳 행사는 진행되겠지만 반쪽자리 행사가 될 것이니 실망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행사를 취소하는 이유를 물어보니 이 행사를 진행하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동맹국과의 약속과 재미동포들의 심기는 무시해도 좋으나 김정일 심기는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인회 임원들이 주미대사에게 강력한 항의를 했다. “동맹국과의 약속을 지켜라” “미주한인들을 곤란케 하지 말라” 는 내용이었다. 주미대사의 긍정적인 노력으로 우리는 30벌의 군복을 특배로 받아 예정대로 행사에 참여했다. 인민군은 머스탱 비행기과 함포의 사격을 받으며 진지를 지키고 있었고, 우리 해병대원들은 미 현역 해병대 2개 소대의 병력과 3척의 상륙정에 편승하여 상륙한 후 30분간의 교전 끝에 우리의 승리로 끝나는 모습이 재현됐다.
1만여 명의 참관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며칠 후 승전을 축하하기위해 참가 병력들이 노폭 시가지에서 행진했다. 다음해 봄에는 버지니아 비치 메모리얼 데이 행사에 초청되어 애국가와 군가를 힘차게 부르며 시가행진도 했다. 한국정부에서도 감사장을 보내왔다.
나는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의 선구자였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존중한다. 이러한 이유로 내가 근무했던 올드 도미니온 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 수여하자는 것을 학교당국에 정식으로 제언했고 청와대에도 이러한 의도를 전달했다.
노폭시도 김 대통령이 미국 망명 당시 자주 들르던 곳이기에 의미 있는 제안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인천상륙 재현 에피소드와 그 후 연평해전 때 그분의 행적을 보고 우리들은 실망 했다.
그분의 햇볕정책이나 유화정책은 북한을 평화적인 협상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안되었다. 임기 중 북한은 두 번이나 무력도발을 했고 핵무기 개발을 단행 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 해주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김 대통령께서 민주화와 안보에 균형적인 행보를 했더라면 그분의 정치적인 평가가 더욱 높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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