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사람의 가시권에서 보이는 세계와 가시권을 벗어나서 볼 수 없거나 눈 앞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세계로 구분되어 있다. 보이는 세계는 사물의 대상이 눈앞에 놓여있고 대상의 움직임을 통해서 인간은 사물을 더욱 편리하고 아름답게 창조하여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예술이 그러하다. 예술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세계란 어떤 것일까.
작가 마르셀 에메의 단편소설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서 소설의 주인공이 갑작스런 정전으로 벽을 더듬다가 벽을 빠져 나갈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우연히 발견한다. 주인공은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고정관념의 벽을 넘나들었다.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19세기부터는 화가, 조각가, 건축가, 영화인들을 포함한 세계의 예술가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사랑하기도, 증오하기도 하면서 만남과 교류를 통해 심리적 예술적 내면적 벽을 통과하는 예술가들이 탄생했다.
화가 이우환(에콜 데 보좌르 대학교수)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1980년대 말 바람의 화가 이우환의 그림은 바람에서 점으로 그의 행보가 이적한다. 일상에 위치한 사물을 미화하기 보다는 화면 속에 남은 여백, ‘그려지지 않은 부분’ 즉 ‘보이지 않은 부분’을 점을 통해서 인간의 자아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다. 정형화된 그림의 기존 철학을 쓸어내고 그 자리에 여러 개의 부드러운 점들을 자유롭고 바이브레이션이 좀 더 강한 여백현상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의 점의 작품들 중 파리 장들을 열광케 했던 9개의 점으로 자유로운 영혼을 표현한 ‘with winds(1991)’는 사랑에 푹 빠진 연인들이 말을 잊고 서로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쳐다보는 그런 대화의 느낌을 주는 그림이었다.
비일상의 예술은 현대예술 뿐만이 아니라 이씨 조선의 옛 선비들로 부터도 찾아볼 수가 있다. 옛날 선비들은 ‘책가도(冊架図)’를 사랑했다. 책가도는 비록 그림이 아니기는 하지만, 책을 읽지는 못해도 눈이 그림에 머물게 하여 책을 가슴에 아름답게 담게 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것이었다. 이조의 왕 정조는 그의 어좌 뒤에 왕권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一月五蜂図)’가 아닌 책가도를 두어서 자신이 얼마나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며, 학문으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그의 치정 의지를 모든 신하와 만천하의 백성들에게 보여 주었다.
비일상의 예술적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화가 피카소의 에피소드를 들어 본다. 어느 날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만년을 즐기고 있는 화가 피카소 옆에 한 귀부인이 앉았다. 그녀는 피카소에게 그림 값을 주기로 하고, 자신의 손수건에 그림을 그려 달라고 부탁했다. 피카소는 단숨에 쓱쓱 그려 주었다. “1만 달러입니다.” “1분도 안 걸려서 그린 그림이 만 달러라니! 너무 비싸군요.” “천만의 말씀. 나의 그림은 비일상의 그림입니다. 10년후 이 그림 값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쌀 테니까요.”
가치를 딱히 헤아릴 수 없는 비일상의 예술이나 그 소재(素材)들은 현대음악과 미술, 영화, 건축 등 모든 장르의 예술에서 중추를 이루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한국의 ‘K Pop(케이 팝) ‘도 좀 더 예술적인 차원으로 승화시킨다면 창조적인 비일상의 예술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날로 진화, 발전해 가고 있는 비일상의 예술은 오늘보다 더 나은, 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의 예술로 인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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