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사회를 달군 가장 핫한 뉴스 가운데 하나는 제약업체들의 약값 횡포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지난 1953년부터 전염병 치료에 사용돼 온 ‘다라프림’이라는 처방약의 가격이 하룻밤 사이에 기존 한 알 13.50달러에서 750달러로 무려 50배 이상 폭등했다는 소식은 수많은 미국인들과 정치권을 분노케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다라프림의 소유권이 지난 8월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세운 제약회사 튜링으로 넘어가면서 시작됐다. 튜링은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조성 필요성과 약이 지니고 있는 가치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이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튜링은 결국 여론의 압력에 굴복, 23일 약값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처방약값의 미친 폭등은 다라프림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에는 ‘사이클로세린’이라는 폐렴 치료약의 가격이 30정 500달러에서 무려 1만800달러로 폭등해 소비자들을 아연케 했다. 또 지난해에는 병 당 20달러에 팔리던 항생제 ‘독시사이클린’의 가격이 1,849달러로 올라 환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이 처방약들 또한 제조사가 다른 기업에 인수된 후 가격이 폭등한 경우다. 처방약값이 어처구니없는 수준으로 폭등하는 것은 일부 공급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제약회사들의 탐욕과 비윤리적인 마케팅에서 비롯되고 있다.
많은 제약회사들은 아주 오래 사용돼 온 처방약의 권리를 사들인 후 이를 ‘특수 처방약’으로 다시 포장해 고가에 판매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약효가 달라지거나 성분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가격을 수십배 올리는 것이다. 문제가 된 다라프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 알에 1달러에 팔리던 약이었다. 그러던 것이 몇 번의 회사 인수과정을 거치면서 700달러짜리 약으로 탈바꿈했던 것이다.
이런 행태에 비난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한 의료단체는 “의학적으로 취약한 환자들에게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행위”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도 “특정질병을 치료하는 약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들의 비판과 우려처럼 처방약값의 가파른 상승은 미국의 의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처방약의 가격은 12%이상 올랐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자 지난 7월 100여명의 암 전문의들은 정부가 가격규제를 통해 암 환자들의 과도한 치료비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전문의들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많은 환자들이 파산하고 있으며 치료를 포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미국은 주요 선진국들 가운데 정부가 제약회사의 가격결정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시장이 알아서 가격을 결정하라며 시장만능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고삐 풀린 처방약값은 이런 규제의 부재가 초래한 필연적인 ‘미국병’이다. 규제철폐와 자율화가 만능이 아님을 한 알에 수백달러씩 하는 처방약들은 생생히 깨우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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