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부친의 친일파 논쟁이 뜨겁다. 신문을 보면서 엉뚱하게도 1972년 유신헌법 제정의 기억이 떠오른다.
비상계엄령 하에서 유신헌법 제정을 묻는 찬반투표가 실시되었다.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지만 국민 91.9%가 찬성투표를 하였다. 나도 찬성투표를 하였다. 북한의 위협이 날로 늘어 우리도 체제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은 무서움도 있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저승사자이었다. 죄가 있든지 없든지 잘못 걸려들면 중앙정보부에 끌려 가서 고문으로 반병신이 되고, 옥살이를 하던지, 젊은이는 최전방으로 끌려가 고생한다고 일반인들이 믿고 있었던 시대이었다. 그리고 유신 찬반투표에 누가 찬성, 반대했는가를 아는 방법이 있어 반대를 했다가는 큰일날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있어 나는 투표소에서 잠시 멈춤도 없이 찬표를 찍고 나왔다.
그러나 지금 유신독재를 비난하고 있는 정치인, 역사학자, 언론인들 중 누구 하나 분신자살은 물론 길거리에 나서서 항의 데모 하는 것을 못 보았다. 그 후 유신 반대의 의견이 표시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초기 2년간은 모두들 숨을 죽이고 바짝 엎드리고 살던 공포의 시대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1941년 대동아전쟁 시작부터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조선은 어떠했는지를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이다.
유신의 국가보안법 보다 더 무서운 법에다가 예비검속이라고 아무 죄가 없어도 감옥에 잡아 넣고, 고문 기술자들이 이유 없이 죽도록 고문하는 일이 비일비재로 횡행하는 공포 분위기 가운데에서, 화가는 전쟁포스터를, 음악가는 전쟁 승리의 행진곡을, 글 쓰는 사람들은 전쟁터로 나가자는 글을 쓰게 하고, 대학 총장들은 군에 자원입대하라는 연설하라고 하고, 돈 있는 사람은 비행기 한 대 값을 헌납하라고 하고, 명망 있는 사람들은 중추원 참의, 찬의하면서 유신 때에 유정회 의원쯤 되는 감투를 씌우며 신문에 전쟁의 승리로 매진하자니, 징집에 응하자니 하는 광고에 그들의 이름이 동원 되었다. 그 누가 못 하겠다고 할 수 있었을까? 1972년 유신보다 훨씬 더한 공포 분위기에서 말이다.
김무성 의원의 아버지를 내가 추측해 보니 대동아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동포애의 올바른 행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동아 전쟁동안에는 자의인지 타의인지 또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민족연구소 같은 좌파 연구소와 일부 좌파 역사학자와 언론인들의 눈에는 친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당신들 1972년 유신헌법 투표시 어떤 행동을 취했오, 숨죽이고 있었오, 아니면 항의 데모라도 했오. 당신들 이듬해 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에서 납치되어 동교동에 연금되어 있을 때에 코빼기라도 내밀었오, 먼 산 쳐다 보고 있었오. 왜 그리 비겁했오. 겁이 나서? 사실 모든 사람들이 중앙정보부가 무서워했지. 그렇게 숨죽이고 엎드려 있었던 당신들! 1941년 이후 일본의 패망 때까지 발버둥 치던 시기에 친일 행적을 비난할 자격이 있소 없소?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 보시오.
우리는 을사늑약부터 대동아 전쟁 발발 전까지 친일행적을 한 친일파를 규탄할 수는 있을 것이요. 그러나 대동아 전쟁 당시에 김무성 의원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예를 들자면 미술에 허백련, 음악 홍난파, 소설 이광수 최남선, 교육 김활란, 백낙준 같은 미술, 음악, 소설, 교육의 동원된 분들을 비난할 수 있겠소. 자 이제 그만 그 분들을 놓아줍시다. 그저 시대의 어두움으로, 시대의 암흑으로, 시대의 아픔으로 묻어둡시다. 우리 이제 과거 이야기 그만하고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이야기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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