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이어령의 100년 서재 옷, 입다’라는 주제로 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덕분에 옷과 반짇고리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가 입는 옷은 문명의 첫 걸음이었다. 그 옷은 물레와 바늘에서 나왔다고 한다. 물레에서 실을 뽑아 베틀로 짜서 옷감을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의 문명을 보면 제일 먼저 온 것이 옷감의 문화이다. 이 때문에 실크로드(Silk Road)가 생겨났다고 한다. 동서를 이어주는 것이 먹는 것, 잠자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입는 것에서 사람들이 가벼운 옷, 아름다운 옷을 입기 위해서 동양에서 생긴 그 비단을 상인들이 사려고 그 넓고 황막한 광야에서 낙타에 비단을 실고 서양으로 갔다. 고대 중국과 인도, 서유럽을 잇는 약 1만 킬로미터의 동서교역로이며 주요 교역품이 중국산 비단이었다.
그런데 점점 세월이 지나고 보니 옷감이 무거우니까 그 옷감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으로 옷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게 된 것을 알았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늘 이다. 그 바늘은 기원전 8천년경 신석기시대 농경사회의 정착과 함께 뼈로 만든 바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옷을 만들기 위해서 천과 천을 이어줄 도구인 바늘의 힘이 생겨 난 것이다. 천 조각들을 갖다 놓고 무언가를 만들고 창조해 가는 그것이 바느질이고 그 바느질을 하게끔 만들어 주는 것이 반짇고리다.
그러나 70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반짇고리의 속에 있는 도구들이고 그 반짇고리의 힘을 잃어버렸는데 21세기가 되면서 반짇고리들이 다시 힘을 쓰면서 나왔다.
내가 아는 반짇고리는 실, 바늘, 골무, 단추, 가위 그리고 헝겊 조각들이 들어있는 종합 세트 상자다. 어릴 때 어머니 곁에는 손재봉틀과 반짇고리가 항상 놓여있던 것을 무심코 보고 자랐고, 지금도 집사람이 그 도구들을 가지고 가끔 옷을 수선하던가 아니면 무언가를 개조해서 옷을 만드는 것을 보았으나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령의 반짇고리에 대한 강의를 듣고 추억의 반짇고리가 가정의 필수품이고 할머니, 어머니, 누나, 아내의 소중한 애장품 1호라는 것을 알게 해준 이어령 박사가 고마웠다. 그 조그마한 반짇고리 속에는 여러 문화가 나오고 생명이 나오고 사회 모든 문명도 그 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우리의 할머니와 어머니는 헝겊 조각을 버리지 않고 그것을 반짇고리 안에 버려둬서 나중에 필요할 때 그것을 잘 이용하여 창조품을 만들어 냈다. 어른들이 입던 헌 옷에서 어린아이의 배냇저고리가 만들어졌고, 그 헝겊 쪼가리에서 보자기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반짇고리의 힘은 ‘버려둬의 힘’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고 이어령 박사는 말했다. 그 종합세트 도구 속에서 나온 보자기는 입체를 넘나드는 유연함이 있고 그 때 그 때의 용도에 따라 메고, 이고, 깔고, 쓰는 다양한 쓰임새의 변화와 적응하는 융통성 있는 한국의 보자기 문화가 반짇고리에서 나왔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보자기 문화가 미래의 비전까지 담겨져 있는 우리의 할머니, 어머니가 만드는 바늘문화 반짇고리의 힘을 앞으로 계속 꽃피어 나갔으면 좋겠다.
<홍병찬 엘리콧시티,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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