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2016년 새해를 맞았다. 지인 두 명이 몇일 상간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둘 다 50대 중반 여성인데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건강도 잘 챙겼기에 갑작스런 소식이 큰 충격이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사진 슬라이드 중 쉐난도우에서 함께 찍은 사진 속에서 함께 웃고 있는 고인과 살아있는 나를 보며 삶과 죽음이란 단어에 머리가 혼란하다. 희망을 꿈꾸고 싶은 연초에 ‘혹시 나도…’란 불안감이 엄습하며 혼란스러움과 두려움이 밀려들던 저녁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집에 소포 하나가 배달됐다. 열어보니 LA에 사는 친구가 보낸 감 한상자. “근처 농장에 갔는데 감이 어찌나 달던지… 동부 감은 이렇게 안 달거 같아서.” 우울하던 마음에 감동이 번진다. 한국처럼 택배문화가 발달한 곳도 아닌데, 대륙을 횡단하며 날아온 감 한 상자에는 새해의 우울함과 두려움을 녹이기에 충분한 사랑이 함께 담겨있었다.
몇일 동안 그 사랑과 감동이 떠나질 않는다. 장례식장에서 밀려오던 인생의 허무함과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두려움이 사랑으로 인해 밀려난다. “아… 이거구나. 올해는 잔잔히 사랑하며 감동을 선물하는 한해가 돼야겠다”는 소박한 새해소망이 마음에 세워진다. 어떻게, 그리고 무엇이 잔잔히 사랑하는 것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사랑만이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음을 상담을 하며 더욱 배운다.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이야기 자체보다 그 저변에 깔린 다양한 감정들 - 단절감, 혼란함, 외로움, 슬픔, 분노, 죄책감, 불안감, 수치심 등-이 보인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한켜 들추면 거기에 두려움이 뿌리 내리고 있다. 무시당할까 두렵고, 실패할까 두렵고, 인정받지 못할까 두렵고, 버려질까 두렵고... 그리고 그 두려움을 한층 더 내려가면 제일 밑바닦에는 ‘사랑받지 못하면 어쩌나’에 대한 두려움에 귀착된다.
생존을 위한 방어기재가 뛰어난 인간은 불편하고 무서운 두려움의 감정들을 재빨리 합리화 시키고 무의식으로 눌러버린다. 혹시 누가 그걸 건드리면 바로 방어하며 부인한다. 그러나 눌려진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지고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조절하며 끌고 다닌다. 성공을 향한 질주,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잔소리, 완벽주의, 착한사람 콤플렉스 등등.
사랑 또한 사람을 움직이는 큰 에너지이며 힘이다. 아무것도 할수 없는 갓난아기를 생존하게하는 힘이 사랑이며, 자식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을 수 있는건 사랑 때문이다. 빈민촌 아이들과 지내려 아프리카 오지로 떠날 수 있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친구를 기억하며 감을 따고 포장을 하고 우체국을 찾는 것도 사랑 때문이다. 땅끝에 선 외로움과 죽음의 골짜기를 걷는 내담자들이 간절히 찾는 것도 사랑이며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것 또한 사랑이다.
인간의 모든 행동의 가장 깊은 단계에는 두 가지 근원적 감정 중 하나, 곧 두려움이나 사랑이 있다. 그러나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사실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던지, 두려워하며 살던지, 둘 중에 하나를 매 순간 선택하며 산다. 사랑을 선택한 순간 무의식으로 눌려졌던 내 안의 두려움은 수면 위로 떠올라 치유를 기다린다. 두려움이 의식의 세계로 떠오르면 그제야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인생수업’의 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는 “우리가 만들어 낸 두려움들은 과거나 미래 중의 어느 하나와 관련돼 있고 사랑만이 현재 유일하게 실제 하는 감정이다”라고 말한다. 두려움은 항상 과거에 일어난 어떤 경험이나 일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미래에 일어날 거라 여겨지는 어떤 일들을 걱정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현재를 산다는 것은 두려움이 아닌 사랑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가득찬 새해, 그러나 사랑이 두려움을 덮는 새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counseling@fccgw.org
(703-761-2225)
<모니카 이 심리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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