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늘아이가 2박3일 일정으로 다니러 왔다. 엄격히 말하면, 아직 며느리는 아니다. 지난 5월에 아들이 프로포즈를 했고, 행복한 얼굴로 이를 받아들였으니 며느리감 또는 아들의 약혼녀라고 표현함이 맞을 것이다.
올해, 인디애나 주립대학교 법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0월부터 근무할 직장이 정해진 상태로, 현재는 7월에 있을 버지니아 주 변호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애송이 사회 초년병인 셈이다. 공부 환경 때문에 아직은 학교에 남아 시험준비를 하고 있는데, 친구 결혼식 참석 차 버지니아에 잠시 온 것이다. 프로포즈 받은 날 저녁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 들뜬 목소리로 “어머니, 너무 행복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예쁜 아이이다.
이렇게 얼굴을 보며 만난 김에 결혼식 준비 등등 의논할 것이 무척 많았는데, 대화를 나눌수록 참으로 기특한 면이 보여져 내 마음을 기쁘게 한다.
토속적인 입맛을 가진 아이를 위해, 한식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와서 여러가지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벽 2시가 훌쩍 넘었다. 그래도 우리의 대화는 끝을 모르고 이어진다.
다음 날을 위해, 아니, 이미 시작된 그 날을 위해 새벽을 접어 화기애애한 대화의 장을 파하고는 잠자리에 들면서 “만남”이란 것에 대해 생각을 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시댁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정서와 문화를 만나기 위해 수줍은 듯 다가갔었지. 저 아이처럼.’
이제는 아들의 여자 친구가 아니라, 우리 집안에 맞아들일 새 식구라 생각하니 한층 더 정감이 간다. 참 다행인 것은 무슨 말을 하든지 이해하려 들고 생각을 맞추려 노력하는 자세가 참으로 기특하다. 그러니 나도 덩달아 그 아이에게 맞추려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만남이 축복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을까? 감사하는 마음이 뭉클하고 올라온다.
나와 맘이 통하고 대화가 통하고 서로의 뜻이 맞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들만 있다면 그 곳이 천국을 맛보는 세상이 아닐까?
불화와 불통, 시기와 질투, 이기심과 아집… 이런 것들로 인해 세상이 혼탁해지고, 삭막해지고, 인성이 메마른다. 바로 얼마 전에, 어떤 모임에서 서로가 제각각 자기 주장을 하며 의견이 갈려 결국에는 얼굴을 붉히며 그 자리를 떠나가는 모습들을 보았던 터라, 풋풋한 한줄기의 산들바람처럼 그 아이와 마주한 담소의 시간이 상큼함을 준다.
한 여름 짙푸른 녹색의 수목보다 늦은 봄 여리여리한 연두빛을 띄우며 수줍은 듯 올라오는 잎사귀들을 더 보듬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듯, 이제 자기 스스로의 인생을 막 시작하려는 저 아이들의 여린 녹색의 삶을 잘 보듬어 주고 싶다. 그래서 저 아이들은 나보다는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 더 나누는 삶을 사는 지혜를 갖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좋은 만남에 행복해하고 감사하듯이, 저 아이들이 앞으로 헤쳐 갈 사회에서 만남의 축복이 늘 함께하기를 기도해본다
<함계선 워싱턴 문인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