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내가 하는 거짓말을 귀신같이 맞춘다. 친구 만나서 술 한 잔 해놓고선, 손님 만났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내는 금방 알아차린다. ‘거짓말하지 마세요 - 다 알고 있어요.’ 그런 표정이다. 귀신같은 아내가 나는 참 무섭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전문가들의 거짓말이다. 의사, 변호사, 자동차 수리, 보험 판매, 종교 성직자, 그리고 회계사. 이런 전문가들의 거짓말이 자기 착각과 무지에서 올 때, 그리고 거기에 근거 없는 용기와 영향력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훨씬 심각해진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국 양도소득 때문에 새로운 손님이 왔다. 나는 마침 회의실 A에서 손님을 만나고 있었다. 우리 직원이 회의실 B에서 대신 그 손님을 만났다. 손님이 들고 온 것은 <양도소득 과세표준 계산서>. 맨 위에 보면, □예정신고 □확정신고 □수정신고.. 라고 쓰여 있는 표준 양식이다. 들고 온 것에는 ☒예정신고에 표시가 되어 있었다.
우리 직원은 ☒확정신고에 표시된 진짜(?) 세금보고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틀린 것을 용감하게 말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존재하지도 않는 세금보고서를 다시 받아오라는 직원의 말이 그대로 한국의 회계사에게 전달되었다면, ‘미국 회계사들 참 무식하다’는 말을 들었을 뻔했다.
물론, 나도 일을 하다보면 거짓말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뉴욕시 최저임금이 10.50 달러로 올라간다(11명 이상은 11 달러). 시행 날짜는 금년 12월 31일부터다. 그런데 그것을 하루 차이지만, 내년부터라고 말하는 것도 엄밀하게 따지면 거짓말이다. 또, 상용 건물의 감가상각 기간은 39년이지만 내가 손님들에게 설명할 때는 40년이라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상대방이 속겠다고 동의하지 않는 한, 예를 들어서 “대충 말해서 이렇습니다.” 라는 전제가 없는 한, 거짓은 거짓이다. 예를 들어, 배우들의 연기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을 거짓말쟁이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배우의 연기에 속겠다고 동의한 상태에서 그 연기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잘 속여야 더 잘한다고 박수를 받는 그런 연예인들을 빼고, 특히 우리 같은 전문가들은 말 한마디에도 최대한 정확한 표현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거짓말에 파워가 실리고 상대방이 그것을 믿을 때,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거짓말과 엄청난 파국이 따르기 때문이다. 나부터라도, 지금까지는 “부부 2만 달러까지는 세금이 없습니다.”라고 말해왔는데, 앞으로는 정확하게 20,600달러가 기준입니다, 라고 정확하게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나이 50 넘어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잘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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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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