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아침, 전화기에 적혀 있는 416이란 숫자와 함께 내 가슴은 쿵하고 가라앉았다. 2년 전 바로 이날 한국뉴스를 보며, 서서히 가라앉는 아이들이 안타까워 엉엉 울던 그 트라우마가 다시 되살아오는 듯했다. 마치 내 자식이 그 세월호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부들부들 떨던 때가 어제 일 같은데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지난 2년 동안 진상규명은, 인양은, 도대체 어떻게 돼가고 있는 것일까. 가라앉은 세월호 처럼 모든 의문들은 그렇게 갇혀진 채로 가라앉는 건 아닐까, 답답하기만 하다.
그날 오후 먹먹한 가슴으로 세월호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나쁜 나라’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갔다. 2시간짜리 영화에 1시간은 울다 나온 것 같다. 자식 잃은 부모 마음에 동화되어 울었고 그런 부모들에게 죽은 자식 팔아 돈 뜯어 먹는다며 교통사고 같은 사건을 가지고 왜 정부에게 따지냐고 손가락질하는 하는 사람들의 상식 밖의 태도를 보고 분노하며 또 울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순간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오는 듯했다.
2012년 겨울 미국 동부에 있는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어린 학생들과 선생님들 20여명이 어이없이 죽게 된 사건이 있었다. 정신이상 남성의 범행으로 사건이 종결 났지만 피해자 부모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시정부와 시 교육구를 상대로 불충분한 학교안전 정책에 관해 고소를 했고 여러 시민단체들이 일어나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등 함께 대책마련에 힘썼다. 그러나 그 어느 국민도 그 피해자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그 어느 누구도 정신병자가 한 일을 가지고 왜 정부에게 따지느냐는 둥 비난의 화살을 던지지 않았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바쁜 시간 속에 가장 중요한 인간에 대한 존중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되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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