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아침에 등교해 학생들이 없는 텅 빈 교실에 들어간다. 텅 빈 교실, 지난 20년간 매일 반복적으로 맞이하는 교실이지만 매일 낯설고 설렌다. 아마도 연극을 시작하기 전 연극배우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아 오늘 가르칠 주제를 되새겨본다. 이럴 때면 학생들의 각기 다른 반응도 함께 떠올라 텅 빈 교실에서 혼자 웃게 된다. 아침 시작종이 울린다.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는 운동장으로 부리나케 향한다. “Hi, Mrs. Nam!” 하며 해맑은 미소로 아이들이 다가온다. 엄마가 사다준 화분을 들고, 혹은 뒷마당에서 꺾은 꽃들을 들고 학생들이 내게로 다가온다. 아, 오늘이 스승의 날이었지. 화려하진 않아도 뒷마당에서 꺾어온 꽃 몇 송이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 년에 가르치는 180일 중에 3분의 2는 늘 후회로 가득하다. 부족한 부분을 좀 더 봐줘야 했었는데, 갑자기 바뀐 집안환경 때문에 그렇게 말썽피웠는데 내가 몰랐구나 등등의 후회하는 날이 보람을 느끼는 날보다 많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발전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는 날이 셀 수도 없다.
그래도 한조각 희망은 그렇게 후회로 다음 학년에 보낸 학생들이 몇년 뒤에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발전된 모습으로 말이다. 교사란 직업은 그 짧은 순간의 희열을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스승의 날, 아이들이 가지고 온 소중한 꽃과 글에 내 자신을 다시한번 돌아본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는가. 적어도 내 학생들에게 나는 노력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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