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밑그림··· 반기문·문재인 유리, 제3지대 후보 가세할 듯
▶ 안철수·손학규 연대 성사 여부가 중간지대 위력 결정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만나 서로의 당선을 축하하는 악수를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
여름이 지나면서 내년 대선 대결 구도의 1차 밑그림이 그려졌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정현 대표와 추미애 대표 체제를 출범시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8•9 전당대회를 통해 호남 출신인 이정현(전남 순천•3선) 대표를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27 전당대회에서 대구•경북(TK) 출신 추미애(서울 광진 을•5선) 대표를 내세우는 것으로 응수했다.
동갑내기(1958년생) 두 대표 선출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양 당의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전면 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정치권에선 “새누리당은 ‘도로 박근혜당’, 더민주는 ‘도로 문재인당’이 됐다”고 꼬집는 얘기도 나온다.
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 대다수도 친박계와 친문계가 각각 차지했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출신이 아닌 최고위원은 비박계 강석호 최고위원이 유일하다. 대표 경선에 나선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의 득표율은 29.4%에 그쳐 총선을 거치면서 친박계 세력이 확대됐음을 보여줬다.
8•27 더민주 전대에서 뽑힌 대표와 최고위원 중에 친문계 등 주류가 아닌 비주류 출신은 한 사람도 없다. 특히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 과정에서 친노 또는 친문 성향이 강한 온라인 권리당원들이 친문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친박과 친문 세력은 여당과 제1야당 지도부를 장악함으로써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强) 대 강(强) 대결을 펼치며 ‘적대적 공존’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양 당의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는 각각 친박계와 친문계의 의도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민주 전당대회가 마무리되자마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중간지대 플랫폼’ 띄우기에 나선 것은 대선 구도가 친박과 친문의 양강 대결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안 전 대표는 더민주 전당대회 시점에 맞춰 28일 무등산에 오른 뒤 대권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다음 대선은 양극단 대 합리적 개혁 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친박과 친문 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 세력들이 중간 지대에 모여 단일 후보로 내세워 친박•친문 세력과 3자 대결을 벌이면 승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안 전 대표는 광주 방문 직후 전남 강진으로 이동해 그곳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을 만나 대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에 앞서 손학규 전 고문과 만나 ‘정계 복귀 및 국민의당 입당’을 권유했다. 그러나 손 전 고문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손 전 고문은 9월 추석 전후 정계 복귀를 선언하더라도 곧바로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적다. 손 전 고문 측은 국민의당 바깥에 있는 제3지대에서 자신과 안 전 대표 등 중간지대 주자들이 모여 경쟁하는 구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지대’이든 ‘제3지대’이든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아닌 제3세력이 단일 후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대할 경우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대선주자로는 안 전 대표, 손 전 고문 외에도 박원순 서울시장, 더민주 김부겸 의원, 안희정 충남지사, 정운찬 전 총리, 더민주 김종인 전 대표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새누리당 출신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다.
국민의당은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계 대선주자 일부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박계 주자들과 더민주 김부겸 의원 등은 제3지대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제3지대 연대가 가능할지 여부를 가르는 1차 관건은 안 전 대표와 손 전 고문의 참여라고 볼 수 있다.
또 제3지대 후보 연대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는 ‘문재인 대세론’의 구심력이다. 더민주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되고 강한 구심력을 보여줄 경우에는 제3지대론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릴 경우에는 제3지대 지형이 넓어질 수 있다.
더민주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일부 비주류 주자들이 도저히 ‘문재인 대세론’ 벽을 넘을 수 없다고 판단해 미리 이탈하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본래 의도대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여부도 제3지대 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어쨌든 내년 대선은 친박계 지원 후보, 친문계 후보, 제3지대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이는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친문계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라고 할 수 있고, 친박계 지원 후보는 반기문 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3지대 후보로는 안철수 전 대표나 손학규 전 고문 등을 생각할 수 있다.
3자 대결도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세 후보가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3강 대결 구도가 될지, 아니면 양강과 1중 후보가 겨루는 ‘2+알파’ 대결 구도가 될 것인지는 문재인 대세론과 친박계 지원 후보의 구심력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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