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이란 제목은 내가 이번에 출간한 책 표지 이름이다. 그동안 써두었던 글들을 모아 한권의 책으로 만든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사람이 엄마 뱃속에서 열달을 채워야 한 생명으로 태어나듯이 책이 출간된다는 것은 몇 몇년 동안 정신적인 양식으로 만든 저자의 혼이 모아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돈도 많이 든다. 이번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 대란으로 몇백 권을 항공편으로 부쳤더니 운송료가 몇 배가 더 들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은 내 남편과 그의 누나와 여동생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미국에 와서 몇 십년을 살고난 뒤 시어머니가 요양원에 들어가 계실 때 한번 가보고, 그녀가 돌아가신 뒤 장례식이 끝난 후 또 한번 가본 곳이다.
그 집에 들어가서 그 작은 것에 한번 놀라고, 그 조그만 부엌에서 여섯 식구의 음식을 어떻게 해먹었을까 하고 또 한번 놀라면서 시어머니의 일생이 애틋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가난하게 살았으면서도 늘 자존심이 강해서 당당하게 사셨던 시어머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셨던 그녀, 내가 해드리는 따뜻한 밥을 좋아하셨던 시어머니가 지금도 살아계셨으면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이란 이름으로 책이 나온 것을 상당히 자랑스럽게 생각하셨을 것 같다.
남편은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지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하게 자랐다. 어릴 때부터 차 한대가 없어서 일요일이면 온 식구가 걸어서 교회를 가곤 했다. 그래서 차별 대우를 받아서 나중에 철이 나자 교회를 떠났다고 고백했다. 시어머니는 바느질을 잘해서 교회의 성가대복 200벌을 지어서 바친 적도 있다고 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미시시피와 앨러배머와 더불어 미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주의 하나다. 시누이들이 자랄 때, 한여름이면 공동 풀장을 다니면서 맹세를 한 적이 있는데 모두 커서 각자 집을 가지게 될 때 뒤뜰에 풀장 하나씩을 만들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모두가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가 되었고, 남편들도 잘 만나서 그들의 소원은 다 이루어지게 되었다.
부모들이란 한국 부모나 미국 부모나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똑같다. 자신들보다 공부도 더 많이 하고 더 출세를 하기를 바란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집에서 살기를 원한다.
그분들이 나중에 우리가 텍사스에 살 때나 다시 캘리포니아에 돌아왔을 때 크고 화려한 집을 방문하면서 그렇게 행복해 하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철이 나니까 집이 크다고 다 가진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두막집은 작으나 행복을 상징한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상징한다.
지금은 다 떠났지만 과거의 애틋한 추억을 간직한 소중한 장소이다. 또 우리가 삶에 지쳤을 때 유일하게 돌아갈 수 있는 따뜻한 고향집이며 마지막 쉴 수 있는 장소이기에 우리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이 작은 오두막집을 간직하며 살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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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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