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 떠있는 시리얼 한 그릇, 아침에 먹는
후루룩이며 살아있는 시간에 입 맞추고
환호하는 입술로 팔딱이는 가슴과 손을 잡는다.
이래서 난 살아 있구나
달다란 콩알같은 기쁨의 순간
모진 빨랫줄같은 고통의 빛살이 너울대도
밤새 소근거리던 질퍽한 아픔의 강이 출렁거려도
이렇게 혼자 앉아 후루룩 소리내며
부서져 녹아내리는 달콤한 파편을 삼키다 보면
어느 새 시간은 내 편이 되고
기막히게 치고 오르는 작은 함성
난 살아 있구나
큰 그릇 하나 가득 통통 튀는 시리얼
그저 이렇게 앉아 시리얼을 우적대는 이 아침에
시린 내 눈살과 부둥켜안으며 화합하는 건너편의 일상
창밖으로 보이는 벌거숭이 풍경까지 스물대며 기어오르는
싸아한 냉기와 마주한 채
남편이 남기고 간 따스한 그리움까지
파사삭 씹어 넘기는 싸늘한 목젖
적당하게 녹아 하나 된 차가운 존재로움의 경이
함께 어우러진 경이로움의 순간까지
그것이 내 것이구나
그것으로 아침은 거꾸로 흐르지 않고
모든 것이 지나가는 소릴 들으며
나와 함께 온종일 깨어 있을 한사발의 시리얼
아직 튀지 못해 안달하는 시리얼의 숨은 열정으로
난 이만큼 배부른 채 살아 있구나
살아 있음으로 방금 집을 나선 남편의 온기가 그리워지고
저만큼 기대앉은 하늘언덕이 온통 내 것이구나
동동 떠있는 시리얼 한 그릇, 아침에 먹는
후루룩이며 살아있는 순간을 먹는 이아침
살아있는 우리들의 축복이구나.
경
<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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