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지지율 급등... 추가 상승땐 ‘역전’가능성
▶ 문재인, 정권교체 주역·당조직 내세워 ‘대세론’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도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방문해 시민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
한국은 지금
"2002년의 기적을 다시 한 번 만들어보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일 광주를 찾아 ‘안희정을 지지하는 사람들’ 행사에 참석해 한 말이다. 과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새 바람을 일으키며 ‘이인제 대세론’을 꺾고 승리했던 사례를 꺼낸 것이다. 올해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자신이 ‘노무현 바람’을 재현해 ‘문재인 대세론’을 제치는 기적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실제로 안 지사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안 지사의 지지율이 중도층과 보수층, 충청권에서 크게 올랐다. 한국갤럽이 2월 7~9일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안희정 충남지사는 19%를 기록해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9%)를 10% 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11%로 3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재명 성남시장(8%)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7%)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3%)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1%) 순이었다. 지난주에 비해 문 전 대표는 3%포인트 하락했고, 안 지사와 황 권한대행은 각각 9%포인트, 2%포인트 상승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은 지난 한 달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6%에 그쳤던 안 지사는 2월 첫째 주 10%, 2월 둘째 주 19%로 수직 상승했다.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과 ‘실용 노선’ 등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안 지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사실상 찬성, 포퓰리즘 정책 반대 등의 유연한 자세를 보여오다가 최근 새누리당까지 포괄하는 ‘대연정론’을 제기해 중도층과 보수층에게 접근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대연정론은 야당 지지층의 반발을 초래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안 지사의 전체 국민 지지도는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다만 안 지사도 이제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올라선 만큼 지지율이 계속 상승할지 여부를 속단할 수는 없다. 안 지사가 과거 불법 대선자금 수수에 연루돼 구속된 전력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안 지사의 맹추격과 일부 영입 인사를 둘러싼 논란 등으로 긴장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문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꺾인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후 “문 전 대표 외에 다른 주자로도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또 보수층을 의식해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지지층 일부의 이탈이 있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지지율 반등을 위한 모멘텀 찾기에 나섰다. 탄핵 결정 지연을 우려하면서 ‘촛불 정국’ 복원에 나선 것도 그런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 촛불 정국에서는 ‘국가 대개조’와 ‘정권교체 대표 주자’ 기치를 내건 문 전 대표가 ‘대연정’을 내세운 안 지사보다 선명성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 전 대표는 야권의 핵심 기반 지역에서 선두 자리를 확실히 지키기 위해 호남 지역 공략에 본격 나섰다. ‘친노무현’이라는 같은 뿌리를 지닌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12일 호남에서 격돌한 것은 야권 심장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또 호남이 민주당의 4개 지역 순회 경선 가운데 첫 무대라는 점도 의식한 것이다. 7~9일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안 지사의 호남 지지율은 전주보다 11%포인트 급상승한 20%를 기록해 문 전 대표(41%→31%)와의 격차를 좁혔다.
그러면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과연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를 이길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이 20%까지 육박하자 당 안팎에선 역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의 첫째 근거로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지지율 격차가 10%에서 더 이상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 거론된다. 지금까지는 안 지사가 중도·보수층 사이에서 지지율을 높였지만 문 전 대표가 강세를 보이는 민주당 지지층을 더 이상 파고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 덧붙여진다. 실제 갤럽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문 전 대표를 선택한 응답자가 57%로 안 지사(20%)보다 훨씬 높았다. 또 당내 조직에서도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친문’ 세력이 압도적이어서 당내 경선에서 안 지사가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 지사의 지지율이 20%대로 안정적으로 올라갈 경우 문재인 대세론을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당내 순회 경선이 호남-충청-영남-수도권 순으로 진행돼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안 지사가 호남에서 상당히 선전할 경우 2번째 경선이 자신의 ‘안방’인 충청권에서 치러지는 만큼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문 전 대표가 지지율과 당내 조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어서 ‘문재인 대세론’이 그리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안 지사의 역전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지금까지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문 전 대표의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앞으로 안 지사의 지지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을 잠식하게 되기 때문에 경선 판세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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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 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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