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는 안으로 삭히는게 좋을까? 모두 토해내는 것이 좋을까?
화병이란, 정신적인 압박이 신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여러가지 실질적인 병증이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화병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치솟아 오르는 화를 꾹꾹 눌러 참아 저절로 잊혀질 때까지 삭혀두어야 할까? 아니면 울컥하는 이 감정들을 여과없이 모두 토해내어 마음 속에 단 하나의 응어리도 남겨두지 않는 것이 좋을까? 보통 이 두가지 방법 사이에서 많은 이들이 고민 하지만 사실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이 두가지 다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일단 여과되지 않고 직설적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순간적인 위안이나 해방감을 줄 수 있겠지만, 많은 경우 오히려 그 일과는 상관이 없던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그렇게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타인에게 전이되었던 감정들은 종국에는 돌고 돌아 다시 내게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러한 것을 경험으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이들을 위해 나 혼자 모든 감정을 안고 있자니 분출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이 점점 깊이 내 안으로 파고 들어 화병을 더욱 깊게 한다.
상처받은 마음은…저절로 쉽게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여기 우리가 부엌에서 자주 사용하는 압력 밥솥이 있다. 특히 어떤 요리를 위해 이미 몇 시간 동안 꾸준히 열을 가해 그 안의 압력이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태의 밥솥이다. 이 밥솥안의 압력을 어떻게 낮춰야 할까?
요리를 하려면 밥솥에 열을 가해야 하듯이, 타인과 부딪히며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열을 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가해진 ‘화기(火氣)’는 물리학의 ‘열량 보존의 법칙’에 따라 보통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게 된다. 뜨겁게 가열된 밥솥안의 압력은 저절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이럴 때 압력이 이미 높아진 밥솥의 뚜껑을 강제로 열려고 하면 일단 잘 열리지도 않을 뿐더러, 막상 여는데 성공을 한다 해도 단번에 분출되는 대량의 수증기로 인해 우리는 쉽게 상처를 받는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열 받아 닫힌 마음의 문을 강제로 열려 하면 잘 열리지도 않지만, 갑자기 열린 마음의 틈을 통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의 독기가 나와 타인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렇다고 밥솥의 압력이 저절로 낮아지기 까지 그냥 놔두자니, 그 사이 우리는 밥솥을 사용할 수가 없으며, 높아진 압력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도 타인과의 불화가 두렵다는 이유로 상처받은 감정을 그대로 방치하게 될 경우, 당분간 그 마음은 제대로 기능하지도 못하고 언제라도 부셔져 버릴 수 있는 불안한 상태가 된다.
높아진 밥솥의 압력을 방향과 흐름을 조절해 조심스레 분출하듯이…
그래서 우리가 압력밥솥의 노즐을 사용해 뜨거워진 증기와 높아진 압력을 조심스레 그 방향과 흐름을 조절해 가며 배출하듯이, 거칠게 자극 받아 고양된 감정과 그로 인한 상처는 한번 가공하고 걸러내어 순화시킨 채로 그 흐름을 조절해 가며 배출해야 한다.
분노가 일어난 순간 그 뜨거운 마음을 담아 당사자에게 직접 욕설을 내뱉기 보다, 조금 세련되게 그 감정을 다듬고 표현을 순화시켜 ‘시’나 ‘일기’와 같은 예능의 형태로 표출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만약 그러한 예술적인 재능은 내게 없다면 가까운 지인과 함께 순화된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방법도 좋다. 다만 감정은 짧은 시간에 배출할 때 보다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배출할 때 좀 더 너그러워 지는 경향이 있으니 대화하는 시간을 늘려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감정은 억제의 대상이 아닌 세련되게 다듬어야 할 정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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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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