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떠나기 위해 모든 절차를 마치고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념으로 유럽에서 2주간 특별한 휴가를 보낼 참이었다. 이륙을 기다리며, 비행기가 날아오를 때 느끼는 압박감을 피하기위해 으레 하듯 의식적으로 잠에 떨어졌다. 신기하게도 나는 이륙 전에 잠에 빠졌다가 비행기가 안전고도에 올라 승무원이 음료수와 스낵을 나눠 줄 때쯤 되면 잠에서 깨곤 했다.

잠에서 깨어 눈을 떠보니, 비행기가 여전히 땅 위에 서 있는 게 아닌가. 시계를 보니 거의 두 시간이 지나있었다. 기내 방송이 연방 항공국 FAA의 문제로 인해 지연되고 있으며, 이 공항의 모든 항공뿐 아니라 워싱턴 지역의 모든 공항이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언제 이 사태가 종료될지 알 수 없으니 누구든 비행기 밖으로 나가고 싶으면 모든 기내 소지품을 챙겨서 나가라고 알렸다. 나는 남편에게 내가 짐을 볼 테니 배고프다고 성화인 아이들과 나가서 저녁을 먹으라고 그들을 내보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간 후 얼마 안 있어서, 비행기 입구가 닫혔으니 아무도 출입을 할 수 없다는 방송이 나왔다. 두어 시간이 더 지난 후, 또다시 방송이 나왔다. 기내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소지품을 챙겨서 기내를 떠나라고 명령했다. 나는 결국 온 가족의 소지품을 챙겨 밖으로 나와 공항 탑승지역에서 기다리던 가족과 합류했다. 탑승 전처럼 사람들은 탑승구 앞의 의자에 흩어져, 어떤 이들은 갈아타야 할 비행경로를 바꾸기 위해 전화를 하고 어떤 이들은 출발도 못했는데 이미 지쳐 보였다.

같은 공항에서 다른 비행기로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친구네 가족이 ‘다시 비행기에 탑승해서 이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우리도 곧 다시 탑승하겠거니’ 하고 있는데, 탑승 창구에서 방송을 했다. 항공 법규상 승무원은 일정 시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한 후 일을 멈출 권리가 있어 현 승무원들이 더이상 이 비행을 진행하지 않기로 해 이 비행은 대체할 승무원을 찾지 못하면 취소될 것이라 했다. 또한 이 취소는 FAA의 지연으로 인한 것으로 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므로 항공사는 이 지연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항공사에 경로를 바꾸어 출발할 수 있는 비행기를 찾기 위해 전화를 하는 동안, 나는 도대체 FAA의 문제가 무언가 뉴스를 찾아보았다. 공항 근처 리즈버그 Leesburg에 있는 FAA 관제탑이 주변 건설현장에서 야기된 연기로 인해 문을 닫고 대피하는 사태로 인해 워싱턴지역의 모든 공항이 전면 중단된 상황이었다. 탑승 창구에서 기다리며 지치고 절망적인 된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누구의 탓인가 불평을 터뜨리고 있었다. 폭염 속에서 일하는 건설현장의 누군가 실수로 시작된 연기가 우리를 포함한 이 시간대 이 지역의 모든 공항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구 어느 편에선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어떤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유래한 ‘나비효과’가 떠올랐다. 사소한 사건 하나가 예기치 않은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절실히 실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의 사소한 말 한마디 혹은 한 행위가 엉뚱한 피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매사에 신중해야하리라는 깨달음을 얻는 중에, 탑승 창구에서 방송이 나왔다. 현 승무원들이 업무를 재개하기로 결정하였으니 곧 탑승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예정된 이륙시간으로부터 여덟 시간 이상이 지난 후, 마침내 비행기는 솟아올랐다.

<송윤정 워싱턴 문인회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