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어느 날 이른 아침 뒤뜰 꽃밭에 핀 꽃들에게 물을 주러 가던 도중에 수돗가 타일 바닥의 조그만 틈새 사이로 20 센티 가량의 키에 몸이 비쩍 마른 코스모스가 햇빛을 받지 못한 채 자라고 있었다. 이대로 놓아두면 사람의 발길에 밟히거나 영양부족으로 죽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빨간 맨드라미꽃과 국화꽃 사이에 자리를 만들어서 연약한 코스모스를 옮겨 심었다. 화씨 90도를 웃도는 무더운 여름날씨에 꽃을 옮겨 심고 꽃이 제대로 살기를 바라는 것은 사실 기우에 불과하다.
나는 어린 코스모스를 살리기 위해 정성을 다해 매일 물도 주고 영양제도 먹여서 꽃을 돌봐 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꽃이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한 열흘가량 지나서 코스모스를 다시 찾았을 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린 코스모스가 가시넝쿨에 온몸이 감겨있었다.
나는 즉시 가시넝쿨의 뿌리를 뽑아내고 꽃의 몸통에 달라붙은 넝쿨을 가위로 잘라냈다. 꽃의 몸에 칭칭 감긴 넝쿨을 떼 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꽃의 몸이 너무 가늘어서 잘못하면 연약한 꽃의 몸통이 부러질 것 같아 꽃의 생존을 위해서 그대로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넝쿨에 감겨 살기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던 코스모스가 넝쿨을 몸에 감은 채로 빨간 예쁜 꽃을 피웠다.
나는 죽어가던 코스모스가 살아나서 꽃까지 피운 모습이 기특해서 꽃송이에 얼굴을 대고 “사랑해요” 라고 말해주며 따뜻한 키스를 해 주었다. 이성이 없는 한 포기의 꽃에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고 꽃이 나를 좋아하거나 사랑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거의 30여 년을 내 손으로 꽃을 나의 자식처럼 키워온 나는 꽃도 감성이 있어 내가 자주 꽃을 돌보고 사랑해주면 꽃도 나를 반기며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꽃을 지극히 사랑한 사람이 있었다.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 <로맨틱 소울>의 저자인 레이시에게 장미꽃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아내가 있었다. 그의 아내가 중병으로 죽자 그는 큰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아내에 대한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그는 아내를 추억하며 그의 교회의 산책로에 장미를 심기 시작했다. 그의 장미심기는 수십 년이 계속되어 교회주변의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장미꽃들로 수많은 동네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연인들의 사랑을 고백하는 특별한 명소가 되었다. 그의 내면에서 아내에 대한 사랑을 영원히 불태울 수 있게 해준 것은 그가 사랑한 장미꽃들이 레이시에게 바친 사랑의 향기 때문이었다.
꽃은 누구를 위해 꽃을 피우는가. 나와 당신, 우리들 모두를 위해 꽃을 피운다. 진정한 사랑은 주는 것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꽃도 그러하거니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아름답게 나누는 것이다. 삽상한 가을이 성큼 나의 꽃밭에 다가 선 것 같다. 나는 연약한 빨간 코스모스 앞에 서서 그가 살아있음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만토바니가 연주하는 ‘I know I love you’ 곡을 들려준다. 사랑 한다 나의 꽃들아.
<
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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