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군가가 타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 집 주인의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는 것들은 집의 화려함이나, 호사스런 가구 집기보다는 이런 것들과는 좀 거리가 있는 다른 그 무언가로 서재를 꼽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참으로 옳은 얘기이다.
물질만능 풍조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은 우리들에게 물질적인 면에선 풍요와 편리함을 주는 것 같지만 정신적으론 나태함과 피곤과 혼란을 부추기고 있지 않은지?
날렵한 최신 전자기기 음향보다는 오래되어 거슬리는 소리가 간혹 나더라도 LP 유성기판에 눈을 지긋이 감고 귀를 기울이는 음악 애호가라든지, 넉넉치 않은 봉급이지만 봉급날 전에 미리 보아두었던 읽고 싶었던 책들을 큰마음 먹고 사는 독서가들, 이사를 여러 번 하면서 필요 없는 가재도구들을 다 정리하면서도 끝까지 내 수족처럼 애지중지하면서 함께 모셔온 흔치 않은 귀중품인 헌책들을 보는 사람들, 짐작컨대 그분들은 정신적 부자임이 분명하다.
나는 얼마전 산행후 에베레스트 산에 얽힌 이야기를 산 동무들과 나눴다. 2003년도 5월에 발행된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의 ‘에베레스트 정상 도달 인류 최초 성공 50주년 특집판’을 읽고 나눈 이야기가 그것이다. 발간된 지 14년이나 되었으나 앞으로도 잘 보관한 후 자식에게 건네 주고 싶은 나의 으뜸 재산목록이다.
거기에 실린 이야기를 간추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뉴질랜드의 등산을 좋아하던 양치기 청년이었던 에드먼드 힐러리가 네팔의 노련한 산행안내자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그 험난한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인류최초로 성공적으로 도달한 날이 1953년 5월29일 오전 11시30분.
이 소식이 6월2일 대관식을 앞둔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에게 전해졌고 곧이어 기사 작위수여로 포상한다는 소식을 전해 받는다. 이렇게 해서 한 시골 청년에서 어엿한 ‘Sir(경)’이라는 칭호가 힐러리 앞에 붙어 따라다니게 된다. 세르파 텐징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었을 지도 모른 성공이기도 했지만 힐러리 경은 산악인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부귀영화에는 관심이 없기도 해, 그 후론 여생의 대부분을 네팔 정부와 국민,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 병원 건립 등 뜻있는 사업을 하며 보내게 된다.
산악인들은 산 정복이라는 말을 금기시 한다. 산은 경외의 대상이며 우리들에게 겸허함을 배우게 하는 큰 스승이라는 것이다. 힐러리 경과 텐징은 우리들에게 산을 통해 다시 한번 ‘경외’ 와 ‘겸손’이라는 으뜸의 재산을 남기고 갔음이 분명하다.
어디 산 뿐이겠는가!
자연의 위력 앞에 우리들은 겸허해져야 하고 경외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덥던 여름도 지나려하는데 느닷없이 왠 허리케인이 연속적으로 와 엄청난 인명피해와 천문학적 재산피해, 정신적 공황상태를 불러왔다. 하루속히 피해복구와 정신적 안정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평년보다 해수온도가 섭씨 0.5 내지 1도 가량 높아진 것이 예년 이때쯤 해 늘 있어오던 카리브 해역발 허리케인이 금년에 더욱 무섭게, 더 자주 발생했다는 원인이란다. 그 근저에는 무분별한 자연환경 파괴 행태가 주범이라 한다. 물질적 재산 획득에만 열중하며 그것이 재산목록 으뜸으로만 여기며 친환경정책의 중요성을 몰이해하는 일부 몰지각한 지도자들과 인간들에게 있음이 분명해졌다.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인류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여 후세들에게 되도록 안정된 지구환경 물려줌을 21세기에 사는 우리들 모두가 재산목록 최우선으로 삼아야할 것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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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길 의사 전 워싱턴 서울대동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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