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를 당하거나 납치를 당하는 피해자들은 목숨이 위태로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가해자에게 ‘잘못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 주세요’ 하며 손발이 닳도록 무릎을 끓고 빈다고 한다.
일면식도 없는 흉측한 가해자 앞에서,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용서를 빌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소중한 목숨이라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간절함에 눈물로 그렇게 호소를 한다고 한다.
바로 며칠 전 서울 어느 동네에서는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가 조금이나마 편히 다닐 수 있는 장애인 전용 학교를 세울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며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 무릎을 끓고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이 SNS를 통해 전해졌다.
오랜 시간 장애인 전용 학교를 건설하고자 하는 측과 이를 강력히 반대하는 주민들 간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서로 간의 의견을 나누어 보자는 취지의 주민 토론회가 열렸고 이 토론회 장면을 담은 영상이 그대로 SNS를 통해 방송이 되었는데, 이를 지켜보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장면에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론회 첫머리부터 아예 반대파 주민들은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들의 애 끓는 호소를 막말과 큰소리로 묵살해 버리려 했다. 장애인을 자녀를 둔 것이 죄라도 된다는 건지, 자녀가 장애인이면 부모로서 자식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 조차 내면 안 된다는 건지 너무나도 당연히 죄인 취급하는 반대파 주민들의 큰 소리에 자신들의 입장을 얘기하려는 장애인 부모들의 노력은 아예 시초부터 가능하지가 않아 보였다.
도무지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는 반대파 주민들을 향해 ‘때리시면 맞겠습니다’ ‘돌을 던지시면 맞겠습니다’ ‘그저 저희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를 짓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요’ 눈물로 호소하는 엄마들이 결국에는 무릎을 끓기 까지 했지만, 반대쪽 사람들은 ‘쇼 하지 마라!’ ‘절대 안 된다!’ 며 이 마저 처참하게 묵살해 버리고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결사적으로 장애인 학교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네에 장애인 학교가 세워지면 자신들의 집값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하니 가히 할말을 잃는다.
장애인 부모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고 삿대질을 하는 그들 중에도 분명 자식을 둔 부모들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도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자녀들을 키우며 한평생 가슴에 멍이 들대로 들어 살아 온 부모들에게 집값이 떨어진다며 바위 덩어리 같은 돌을 던지는 그들의 심보를 도무지 이해 할 래야 할 수가 없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부터, 어디에서부터, 우리 나라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건지,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잔인할 정도로 이기적이고 차갑게 만들어 버린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장애인의 부모들이 왜 이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 무엇을 잘못했다고 무릎을 끓고 용서를 빌어야 하는지 반대하는 그들에게 되물어 보고 싶은 심정이다.
자식을 둔 부모라면, 어린 자식들에게 남을 배려해야 하고, 특히 사회에서 소외 된 이들을 돌아 보고 감싸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는게 당연할 텐데, 과연 이 반대파 어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는 무엇을 가르치고, 자신들의 행동들에 대해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백번, 천번 양보하고 다시 돌아보아도 너무 못되고 나쁘다.
목소리 높여 장애학생들 학교 못 짓게 하고 땅값이 오르고 집값이 올라 얼마나 더 잘 살게 될지 두고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무엇보다 혹시라도 장애인 자녀를 둔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이 모두 이 황당한 일을 지켜보며, 마치 자신들도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다니지 않을까, 장애를 가진 어린 자녀들의 마음 속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 대한 불신과 상처로 가득 차지 않을까 너무 걱정되고, 너무 속상하다.
<
이원진 교육학 박사 스프링필드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