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캐년 노스 림에서 사우스 림까지 직선거리로 21마일 밖에 되지 않는데 자동차로 하루 종일 걸렸다. 걸어서 가도 벌써 도착했을 것 같다. 도로가 없으니 돌아갔고 중간에 이곳저곳을 들려서 왔기는 하지만….
글랜 캐년 댐, 나바호 브릿지, 레이크 파월… 등 가는 곳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곳저곳을 들리니 하루 종일 걸린 것이었다. 여행 성수기라 호텔비도 비싸고 맥도날드 햄버거도 비싸고 시니어 커피는 아예 없다. 내가 맥도날드를 좋아한 것은 선배와 마신 26센트짜리 시니어 커피 때문이고 어디를 가든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랜드 캐년 길목의 맥도날드는 달랐다.
사람이 많이 오는 사우스 림이라 안내 센터가 잘 되어 있고 관광하기도 편했다. 노스 림에서는 내가 자동차를 몰아 한참을 가야 했는데 이곳 사우스 림에는 셔틀 버스가 수시로 다녀서 공짜로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입장료 공짜, 셔틀도 공짜, 골드 패스 덕을 톡톡히 보았다.
중간에 내려서 구경을 하거나 걸어서 멀리 가면 더 좋은 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렌지 셔틀을 타고 야키 포인트(Yaki point)까지 중간 중간 내려서 관광을 하고 돌아와서 블루 셔틀을 타고 래드 셔틀 타는 지점까지 가서, 헐-밑 레스트(Hermits Rest)까지 중간 중간 내려서 관광을 하면 된다. 관광 포인트가 9곳이나 있어서 다 보고 걸어서 가본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다 보지 못할 것 같았다. 3곳 정도 들리면 적당하다. 배가 출출하여 식당에 들러 샌드위치 하나 사먹고 휴식을 취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는 즐거움이 관광보다 즐거웠다.
그랜드 캐년 협곡 깊이는 1.6 km, 길이는 446 km나 된다. 7억년 동안 고원의 일부가 솟아오르고 콜로라도 강에 의해 많은 지층이 나타나고 변하여 지금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로페즈 장군이 이곳을 방문하여 “아! 그란데” 라고 하여 ‘그랜드 캐년’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란데는 크다는 뜻의 스페인어다. “와! 정말 대단히 크다!” 노스 림 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랜드 캐년의 여름날 아침 햇빛이 신선하다. 망원경으로 저 멀리 맨 아래에서 태초부터 흐르고 있는 콜로라도 강을 내려다본다. 가슴이 서늘하다. 새로운 날 새로운 길을 걸어본다. 나비가 즐거워 춤을 추고 독수리가 날개를 넓게 펴고 창공을 날고 있다.
하늘엔 뭉게구름 유유히 떠다닌다. 아름다웠던 젊은 날 다 지나가고 골드 패스 가진 사람이 여기 왔다. 지난 세월이 하나의 꿈이로구나.
캐년의 많은 봉우리를 특징이 있는 경치 사진을 많이 찍었다. 보는 지점마다 달라 보이고 느낌이 달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별 차이가 없이 비슷비슷해 보였다. 직접 보는 것과 천지차이다. 긴 세월 동안 매일 특별했던 인생길도 지금 생각해 보면 별것 아니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꿈과 같고 큰 사건은 파도와 같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옹다옹하고 산 것이 후회스럽다. 공중의 새나 들에 핀 백합화도 다 돌봐 준다는데 믿음이 없어 불안해했던 때가 후회스럽다.
그랜드 캐년 사우스 림이 구경하기는 더 편리한데 볼거리는 노스 림이 더 좋은 것 같다. 북쪽이 1천 피트나 더 높아서 더 많이 보이기 때문이리라. 캘리포니아에서 온다면 사우스 림이 더 가까우니까 사람들이 더 많이 온다. 사람이 많이 오니까 개발을 더 많이 한 것이다.
북쪽에는 랏지가 있어서 좋다. “다음에는 북쪽의 랏지에 며칠 묵으면서 그랜드 캐년을 실컷 보고 싶다.” 고 말하니 내 동반자는 그럴 날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글쎄, 앞날을 누가 알겠는가?
나는 가본 곳을 다시 가는 것 보다 새로운 곳을 가기를 좋아하고 아직 가고 싶은 곳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리라. 세상은 너무나 넓고 크다. 이 넓은 세상을 다 보고 싶다는 젊을 때 욕심은 접어야겠다. 욕심을 내려놓고 특별히 마음 가는 곳이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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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노세웅(로턴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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