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최대 반군지도자를 숨겨준 발레리나, 25년 만에 석방’이라는 기사(한국일보, 9월13일자)를 보고 마리차 가리도 레카와 구즈만을 주제로 한 “위층에 사는 무용가(The Dancer Upstair)”라는 영화와 중남미의 반군역사가 한꺼번에 뇌리를 스쳤다.
이 기사의 주인공 무용가가 자기 스튜디오 위층에 반군대장 ‘빛나는 길’의 아비마엘 구스만을 숨겨준 죄로 체포되는 이야기다. 남미에는 반군들을 따라다니는 전설적이며 낭만적 이야기가 많다. 유명한 반군지도자는 역시 피댈 카스트로이겠고 더욱 유명한 사람은 체 게바라 일 것이다.
남미의 반군역사는 집권자가 제국주의 정책과 자본주의식 경제독점으로 서민의 빈곤을 외면하는데 대한 분노와 반항에서 온 것이다. 남북미 대륙이 원주민들과 아프리카 노예의 저렴한 노동을 이용해 경제적 성장을 할 때 유럽제국의 심한 세금 착취를 반대하는 식민지의 지도자들이 본국에 반발하여 독립을 쟁취했다.
미 합중국의 먼로주의에 힘을 입어 ‘남미의 조지 워싱턴’으로 여겨진 시몬 볼리바르의 지도로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 파나마가 독립을 성취했으나 차츰 분명해진 것은 농민들이 땀을 흘려 과일, 설탕, 고무 등을 생산한 대가는 북미의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각국의 지배층은 북미의 자본가들만 도우는 격이 된 셈이었다.
공부를 한 남미의 청년들은 가난하고 도외시 된 원주민과 양민들에 대한 동정과 부조리한 현실이 그들을 반체제 혁명의 길로 들어가게 했다. 그들은 양민들의 영웅이 되었다. 그들이 아메리카의 제국주의적 자본주의를 혐오하면서 비밀결사, 게릴라 투쟁 등 반군조직을 일으켜 정부군을 상대로 마르크스주의와 모택동의 사상을 기치로 삼아 게릴라 전쟁과 계급투쟁을 주도했다. 쿠바니 베네수엘라 같이 몇 군대에서 표면적으로 정치적으로 성공은 했지만 평민에게 간 경제적 혜택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들의 목적은 이념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이런 역사에서 혁명가와 로망스에 대한 이야기가 문학예술로서 속출하였다. 위에서 말한 그 영화도 그 한 작품이다. 그들 지도자는 모두 문학과 예술을 선호하였고 따라서 낭만적 전설을 많이 남겼다. 학문을 한 여자들은 그들에게서 매력을 느꼈다. 남미의 유명한 노벨수상자 파블로 네루다니 가르시아 마르케서 등은 그들 반군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작가였기도 하고 그 작가들의 시와 소설에 이런 역사가 물씬하게 비추어져 있다.
최연홍 시인이 ‘잉카의 여자’라는 시집에서 원주민에 대한 연민을 보여준 것은 마치 이 글을 쓰는 사람의 정서를 미리 심은 것 같다. 교황 프란치스코 역시 남미 출신이고 빈곤층을 어여삐 여기는 예수회 출신인데다 그 분은 가난한 성인 성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받으신 교황이라는 사실도 혁명적이다. 교황께서 최근에 정부와 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정을 한 콜롬비아를 방문한다는 보도는 참으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와 구즈만이 손뼉을 칠는지 침을 뱉을는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혁명군이 적과 악수를 하다니. 근년에 많은 한인교회는 페루에서 빛나는 길의 투사들이 드나들던 곳에서 선교를 한다고 한다. 핍박받은 원주민을 사랑으로 어루만져줄 좋은 기회가 아닌가 한다. “가난과 사랑이 무슨 죈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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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정신과의사 볼티모어,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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