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80년대의 기억이다. 충무로에서 일하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걷던 중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던 한 노점을 지나게 되었다. ‘저곳은 도대체 무엇을 파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저리 모여 드는 것일까?’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겹겹으로 늘어 선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다가가니 빈티지 비즈로 장식된 형형색색의 집시풍 치마들이 진열대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경쟁적으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나도 깊은 생각 없이 여러 벌을 골라 곧 돈을 치렀다. 그 후 친구와 함께 그곳을 다시 지나가게 되었는데, 친구는 갑자기 그 곳을 가리키며 “저기 몰려 있는 사람들 중에는 물건 사는 사람인양 행세하는 바람잡이들이 더 많은 것 아니?” 하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전에 내 옆에서 뭐라 한마디씩 거들던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곳에 그대로 있었다. “가격이 너무 싸네” “이런 것은 어디서 만나기도 어려우니 여러 벌을 사야겠어요”라는 말들을 중얼거리며 열심히 물건을 고르던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 후 나는 그때 구입한 옷들을 단 한 번도 입어 본적이 없다. 얼룩덜룩 현란한 색상의 옷들은 단순하고 무난함을 추구하는 미국식 거리복장하고는 잘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십 수 년 전에 웨스트버지니아에 구입해 둔 땅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 이 분은 미국인 토지 개발 회사와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가 호텔에서 합동으로 주최한 부동산 투자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수풀이 우거진 한 조각의 땅을 샀다고 한다. 카운티 마스터플랜에는 커머셜 부지로 변경될 땅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하니 두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땅은 전보다 더 수풀이 우거진 채 지금까지 그대로 있다는 것이다. 쓸모없는 땅에 기약 없는 돈을 묻어 둔 셈이다.
부동산 활황기에 친구 따라 우루루 타 주로 몰려가 새 콘도 하나씩 구입해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동네 주택가에 비해 턱없이 싸고 주택 연수도 짧으니 첫 만남에 덜컥 안아 버리는 것이다. “황금의 땅, 기회의 땅 라스베가스에 투자하세요.” 라는 광고가 범람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도 황량한 사막 한 모퉁이의 땅 문서를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는 한국 부동산 투자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왜 그들은 비싼 경비를 들여가며 미국에 사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자. 한국에게 잘 팔려나가는 프로젝트라면 굳이 여기 사는 우리에게 까지 그 차례가 올 리 없지 않겠는가? 벤드웨건(다수의 뜻에 편승함)효과를 이용하기 위해서 군중을 상대로 하는 부동산 투자 세미나는 피해야 한다. 그들은 항상 먼 곳에 있는 부동산을 타깃으로 한다.
투자용 부동산을 구입하고자 할 때는 잘 알지 못하는 지역이나 내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지역, 언제든지 바로 달려 갈 수 있는 곳을 타깃으로 하라. 그것이 투자용 부동산을 실수 없이 구입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문의 (703)62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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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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