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도 왔다 싶어 문득 멈춰선 이 길에
발그레한 얼굴로 마주 본 너의 눈빛이 좋아
열린 동공같은 시간 속
하얀 실타래로 쏟아지던 빛의 활기가 널 보고
또 보네
난 이 스스럼없는 한낮의 벌거숭이가 좋아
모든 걸 내려놓고 침묵하려는 널 쳐다보며 이대
로 서 있는 게 좋아
거침없이 달겨드는 바람까지도 흔들리지 못하
게 하는 그 길에 서서
난 그냥 선 채로 널 보고 있을 뿐이야
한낮 이 길에 서서
우리는 참으로 걷고 또 걸었지
널려있는 순간을 잡으려 애쓰지 마
또 다른 무언가를 변명하며
깊은 숲 호흡을 가로 막으며
팔랑이는 길에서 너를 쫓으며, 너를 참으며
그래도 이 한낮 너와 함께 서 있는 이 길에
부드러운 침묵으로 싸안는 너의 정적이 좋아
이 한낮은 소리없이 게으르고
우린 풀려진 몸뚱이로 서로를 보며
그래도 이 순간만은 멈춰야지 속삭이며
이대로 부드러운 빛의 물결이 되는 네가 좋을
뿐이야
모든 것이 소리를 참으며 겸허한 시간으로 엎드
릴 때
크게 울렁이지도, 높게 너울대지도 않는 한 가운
데로 나아가
그대로 퍼져앉는 너의 입술이 좋아
한낮, 그대로 이 길에 멈춰선
온전히 너 만을 바라볼 수 있는 이름 모를 이 길
이 한낮, 이 길에 서서
<
경 카발로/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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