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경찰에 쫒겨 줄행랑을 놓고 있다. 절박한 도둑은 자기의 운명을 걸고 기도를 한다 “관세음 보살님! 이번 한번만 살려주시면 다시는… “이때 경찰 역시 신심 있는 신자여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기도를 한다 “관세음보살님 이번에 저 도둑을 잡아 승진하게 하소서. 이만하면 사회를 위한 저의 행위가 갸륵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기도자의 바램이 인간사에서 서로 부딪히는 경우 정말 관세음보살님은 하찮은 세상사에 간여하셔서 어떻게 매듭을 지으셨을까. 길흉화복에는 관여하지 않는 신성으로 그것이 세상의 일이므로 외면하셨는지 혹 냉정하지만 사회의 정의대로 도둑은 경찰에 잡히고 불심있는 도둑의 기도와는 달리 처벌을 받는 것으로 그렇게 일이 매듭되었는지 하는 경과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그런데 정말 그 상황의 절묘한 종교적 해답은 이랬다. 관세음보살이 이 두 충돌하는 기도의 틈바구니에서도 스스로가 순간 도둑으로 변하여 경찰은 그 가짜 도둑인 관세음보살을 잡아 승진하고 진짜 도둑은 기도대로 성공적인 줄행랑을 하여 그 상황에서 온전히 놓여나는 결말이었다. 관세음보살께서 그 도둑의 운명적 변신을 믿어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었고 경찰은 경찰대로 그 바람이 타당하고 그럴만했음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는 정말 행복한 결말을 연출하신 것이었다.
물론 세상일 말 좋아하고 관념적인 사람들이 상정한 말이겠지만 이 살짝 코미디같은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관점은 관세음보살님의 거룩한 희생보다는 도둑과 경찰이 관세음보살에게 한 일종의 거래에 초점을 맞추어 보았다. 도둑이 고백한 “이번만 살려주신다면 다시는…”으로 함축되는 모종의 딜을 잔망스럽지만 곱씹어 보게 된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신의 승진에 사회적 정의까지 끌어들여 그 정당성을 관세음보살님께 강조함으로 또 다른 쇼당(show down)을 치는 것이었다. 무례하기가 그지없다.
헌데 우리 모두 그렇게 살고 있지나 않나 그렇게 외연 시켜 보았다. 큰 병에 걸려 으레 하게 된다는 신과의 거래 다시말해 “신이여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기게 해주신다면 내가 온전히 헌신하겠나이다.” 그런 류의 신앙고백과 절절한 바램은 무릎을 꿇고 운명을 건 가련한 기도로 나타난다. 그렇다고 하여 그 바램이 반드시 이루어져 현실로 모두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다. 어쩌면 그럴거라고 믿기에는 우리가 너무 고등하고 영악한건 아닐런지 모르겠다.
바쁘면 바쁠수록 이른바 갖다 붙이는 골프가 아니라 홀인원을 더러 꿈꾸게 되는 것도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세상일이다. 유희로 하게 되는 골프마저 그럴진데 하물며 삶은 더 그렇지 않겠는가. 나의 바램이 타인의 이익과 부딪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품은 바램만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그건 또 요행을 구함이요 요행의 추구가 기도가 아니라면 우리의 깨달음이 너무 잔인할 런지 모르겠다.
삶에 관하여도 그렇다. 우리가 기대고 믿어 우리가 일상을 통해 한발 한발 오르고 있는 이 사다리가 어느 벽에 기대고 있는지 우리는 솔직히 모를 때가 더 많다. 확률로는 존재하고 가늠이야 있지만 운명의 삐침과 파임은 꼭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것이 엎어지고 뒤집혀져 삶과 운명의 뜻밖의 중대한 일들이 될지, 반면에 나의 추구와 노력이 타인의 이익과 충돌하여 사사건건 곤혹과 직면하게 될지 우리는 정말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도둑을 쫒는 경찰과 쫒기는 자, 양쪽의 소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관세음보살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 자신 없지만 내 솔직한 추측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 풍진 세상에서 이만큼 우리가 어지간한 것도 실로 섭리와 누군가에게 고개 숙여 감사할 노릇일지 모른다는 생각……. 가을 국화 향이 좋고 코스모스가 하늘 밑에서 흔들리니 아뿔사! 어느덧…. 쓸쓸한 대로 감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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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혜 부동산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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