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있는 젭 스튜어트 (J.E.B. Stuart) 고등학교의 새 이름이 지난 주 목요일에 결정되었다. 젭 스튜어트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이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그는 전쟁 때 고향인 버지니아 주가 남부에 속하게 되자 남부군에 합류했다.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1864년 31살의 한창 나이에 전사했다.
그런데 1958년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폴스 처치 지역에 새로 세워진 고등학교의 이름을 젭 스튜어트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의록에는 배경 설명이 없다. 그러나 이 학교의 개명을 주장하는 측에 따르면 당시 교육위원회가 백인과 유색인으로 분리된 학교들을 통합하라는 1954년 연방대법원의 Brown 케이스 판결을 따르는 것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오히려 노예제도 존속을 위해 싸웠던 남부군 장군의 이름을 교명으로 채택하며 반발했다고 한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는 오랜 논의 끝에 지난 7월 당시 11명의 교육위원들이 개명청구안에 대한 표결을 하였고 찬성 7표, 반대와 기권이 각 2표로 개명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새로운 교명 선정을 위해 교육감에게 해당 지역사회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도록 했다. 교육감이 지역사회로부터 제시 받은 이름은 70개가 넘었는데 한 가구 한 표 원칙으로 투표에 붙여 5개의 이름을 다시 추려내 교육위원회에 천거했다.
그 가운데에는 기존 이름에서 “젭”만 뺀 “Stuart”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그 뒤를Thurgood Marshall, Barbara Johns, Peace Valley와 Louis Mendez가 이었다. Thurgood Marshall은 Brown 케이스의 담당 변호사였고 나중에 흑인 최초로 연방대법원 판사를 역임했다. Barbara Johns는 16세 때인 1951년에 버지니아 주 Farmville의 한 흑인고등학교에 재학 중, 그 학교의 열악한 환경에 항의해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주도하고 소송을 제기해 나중에 Brown 케이스의 일부가 되었던 인물이다. Peace Valley는 젭 스튜어트 고등학교가 위치한 길의 이름이다. 학교 이름으로 인명 보다 지명을 사용하는 것이 논란이 적겠다는 취지에서 천거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우선적으로 찬성했던 이름은 Louis Mendez였다. 5개의 추천 이름들 중 주민들로부터는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최적으로 생각했다. 1915년에 태어나 2001년에 사망한 그는 멕시칸과 아메리칸 인디안의 후손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1930년대에 미국 육사에 입학했고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1950년대 초에는 스페인에서 무관으로 그리고 1960년대 초에는 제 1기갑사단 소속 연대장으로 한국에서 복무했다.
30년의 군 복무를 대령으로 마친 후, 교육 공무원으로 커리어를 바꾸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읽기와 쓰기 능력 향상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12명의 자녀들 중 8명이 젭 스튜어트 고등학교에 다녔다. 현재 이 고등학교 재학생 중 54% 가량의 학생들이 히스패닉계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전체적으로는 히스패닉계 학생들이 25%가 된다. 그래서 이제는 히스패닉 이름의 학교가 하나 쯤 나와야 된다고 생각했다. 결론적이지만 이 이름은 표결 결과 6대 6 동수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 대신 “Justice”라는 이름이 절충안으로 받아들여졌다. Justice는 해석하기에 따라 “정의”나 “대법원 판사”로 볼 수 있다.
2년 이상 진행되었던 개명 과정 중 적잖은 논쟁이 있었다. 학생들, 주민들 그리고 교육위원들 사이에서도 의견 대립이 첨예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도 제법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견해차를 접어 두고 새 출발하는 학교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받은 상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입었을지도 모르는 다른 사람의 상처 치유에도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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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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