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부문
시를 짓는 일은 집 짓는 일과도 같아 기초가 튼튼하고 설계와 재료가 좋아야 견고하고 아름다운 집이 된다. 시란 언어로 짓는 언어의 집일진대 질료인 언어를 잘못 고르고 잘못 다루어 성글고 비가 새는 집으로 만들면 낭패를 보게 된다.
30여 편의 응모작 중 문숙희씨의 ‘아버지’를 우수작으로, 김양숙씨의 ‘이별’을 가작으로 뽑았다
문숙희씨의 ‘아버지’는 ‘종가 집 오십 년 묵은 간장 같은 집’처럼 언어에 은유의 옷을 입힐 줄 아는 비범함이 보였다. ‘허공에 흩뿌리다 상복에 살짝 묻혀온 아버지‘ 라든가 아버지를 향한 절절함이 묻어나는 마지막 연도 좋았다.
함께 응모한 ‘멸치’ 도 요란하지 않게 시를 전개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엮어 넣는 유연함이 있었으나 낯설지 않은, 너무 낯익은 듯한 느낌이 내내 남아 간절함이 배어나는 ‘아버지’를 우수상으로 선택했다.
김양숙씨는 시를 끌고 가는 힘은 있으나 시마다 조금씩 성근 부분이 엿보이고 시에서 절정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아직은 조금 부족한듯하다 가작으로 선한 ‘이별’ 은 하늘을 향해 자라나는 헝클어진 나뭇가지에서 욕망의 어리석음을 보아내는 눈썰미라든지, 자신의 열망을 내려놓지 못해 떨어지는 이파리들을 보면서 ‘바람에게 물어보니, 단지 한 길로 불고 있을 뿐‘이라는 바람의 대답을 들을 줄 아는 귀, 이만한 눈썰미와 열린 귀를 가졌다면 깊은 시심에서 길어 올릴 앞으로의 시들에 기대를 가져볼만하다.
(심사위원 김인기, 윤미희, 권귀순)
■수필부문
수필은 작가의 경험과 사물에 대한 사고를 바탕으로 하여 쓰여지는 문학이다. 이러한 삶의 깊은 이해가 소박한 문체로, 문장 간의 리듬을 살리면서 독자에게 은근한 감동을 주어야 좋은 수필이 된다.
10편의 응모작품 중 저력이 보이는 양미원 씨의 ‘당분간 휴식’을 가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계획되지 않았던 실직의 시간을 당분간의 휴식으로 삼고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직시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무리 없이 잘 펼쳐져 있다. 문장의 간결성과 함축성이 약간 부족한 듯하나, 정황과 의도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소재 선택도 좋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기발전을 도모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다른 응모작품들은 여러 가지 소재를 통해 주제를 이끌어내는 과정 에서 문맥이 부드럽지 못하고 독자에게 작가의 의도가 뚜렷하게 전달되지 않은 점이 있고 문장이 뒤섞여 문맥의 흐름이 번번이 끊어지는 아쉬움 또한 많았다. 보다 넓은 인생체험의 소재를 얻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간접체험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고, 참신한 소재 선택에서 의미 있고 진솔한 주제를 찾아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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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문영애, 유양희, 김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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