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과 종종 만날 기회가 있다. 내가 한국을 방문해 만나기도 하지만 내가 교육위원으로 있는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을 찾아 오는 한국 교육자들도 제법 된다.
한국의 교육 관계자들에게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을 소개할 때마다 그들이 놀라워 하는 점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교육감의 선임방식이다. 한국 교육감들은 모두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다. 학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의 대부분 학군들은 페어팩스 카운티와 같이 교육위원회가 교육감을 고용한다. 교육위원들은 주민들이 선출하고, 선출된 교육위원들로 구성된 교육위원회가 교육정책과 예산을 수립해 고용된 교육감으로 하여금 그것을 집행하게 한다. 교육감 업무에 대한 지시, 감독과 평가가 모두 교육위원회의 몫이다.
또한 내가 소개에 포함시키는 것이 미국 학군들은 한국에 비해 규모가 훨씬 작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전국적으로 교육청이 17개 밖에 없다. 반면 미국에는 만4천개 이상이 된다. 그러니 한국의 학군 규모가 미국보다 클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페어팩스 학군 규모가 미국에서 10번 째로 크다고 설명할 때마다 한국 교육 관계자들은 페어팩스 학군의 높은 위상과 그러면서도 비교적 작은 규모에 같이 놀란다. 아마도 한국에 비교하면 한국에서 가장 작은 축에 속하는 울산시와 대전시의 중간 쯤 될 것이다.
미국에서의 학군들 규모는 정말 다양하다. 뉴욕시처럼 학생수가 백십만 명이나 되는 큰 곳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작다. 버지니아 주의 경우 130 여 학군이 있는데 페어팩스 카운티가 학생수 약 19만명으로 가장 크다. 반면에 가장 작은 학군은 하이랜드 카운티로 학생수가 2백여명에 불과하다. 학교는 딱 둘이다. 유치원부터 5학년까지 다니는 초등학교 하나와 6학년부터 12학년까지 다니는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역시 교육위원회와 교육감이 있다.
버지니아에서 페어팩스 카운티 다음으로 학생수가 많은 곳은 프린스 윌리암 카운티로 9만명, 그리고 그 다음이 급성장을 보이고 있는 라우든 카운티로 8만명 정도이다. 그 뒤로 버지니아 비치 시가 7만명, 리치몬드 외곽에 위치한 체스터필드 카운티가 6만명으로 4, 5위를 차지한다. 학생수 2천명 미만의 학군들이 전체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간 규모 학군의 학생수는 3천8백명 정도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의 로빈슨과 레이크브래덕 중고등학교가 각각 3천9백명과 4천 2백명이나 되니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들의 학생수 규모가 보통 큰게 아님을 알 수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 학교들의 학생수가 많은 것은 고등학교 운동팀들이 속해 있는 ‘Class’ 분포를 보아도 쉽게 드러난다. 버지니아 주 내의 316개 고등학교 운동팀들은 학생수에 따라 6개의 다른 ‘Class’로 나뉘어져 경쟁을 벌인다. 가장 큰 규모의 55개 학교가 Class 6 소속이다. 그런데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전체 25개 고등학교들 중 21개 학교가 Class 6 멤버이다. 사실 미국에서 주 전체의 학생수가 페어팩스 카운티 학생 수 보다 적은 주도 11개나 된다.
지난 주 화요일에는 페어팩스 카운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주의회 의원들에게 교육위원회가 브리핑을 했다. 카운티 내의 학생들 가운데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과 ESOL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숫자를 내용에 포함시켰다. 오는 1월에 개원하는 주의회에서 내년도 교육예산 심의 때 특별히 관심을 갖고 추가예산 배정을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저소득층 학생들과 ESOL 교육 받는 학생들 숫자가 각각 5만 4-5천명으로 그 숫자를 학군 규모로 비교한다면 버지니아 주에서 6위인 헨라이코 카운티의 전체 학생수 보다도 크다. 그 만큼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저소득층과 ESOL 학생들의 교육기회와 학업성취 향상을 위한 재정 확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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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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