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식사 한 끼를 자주 나눈다. “우리 언제 식사 한 번 해요.” 또는 “ 우리 언제 술 한 잔 해요,” 라는 말로 만나자는 말을 대신 한다. 인사도 흔히 ‘식사 하셨어요?’라고 묻는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으나, 한국인의 안부를 묻거나 만남의 대화에 식사가 들어가는 특별한 표현법이다. 식사는 매일 여러 번, 또 만남이나 파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고 식사를 하면서 정을 나누고 정을 쌓아 간다. 그 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그런 표현 법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 같다. 혹자는 한국인이 과거에 가난하여 그렇다고 하나 그런 말은 오히려 식사의 중요성을 간과한 듯하다. 따뜻한 정 때문에 기억나는 식사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오래 전 초등학교 6학년으로 기억된다. 학교가 끝난 후에 같은 반 아이가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했다. 같은 동네에 살지도 않았고 친한 아이도 아니었다. 그 아이 집은 산 동네에 있었고 방 한 칸 부엌 한 칸의 허름한 집이었다. 엄마는 장사하러 나가시고 안 계셨다. 집에 도착하자,그 애는 밥을 새로 해서 따끈따끈한 밥과 기름을 바르지 않고 갓 구운 김을 참기름을 넣은 간장에 찍어 먹도록 마련해서 둘이 맛있게 먹었다. 그 밥과 오직 한가지 반찬이 왜 그렇게 맛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맛있는 식사였다. 나는 사실 그 때까지 밥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왜 그렇게도 맛이 있었을까? 따뜻한 정성 때문이었을까? 집에서는 항상 여러 가지 반찬이 있었는데…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 일을 못 잊는 또 한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 후에 나는 중학교에 진학했고 그 애는 시장에서 아주 조그마한 좌판을 놓고 장사를 했다. 나의 부모님은 포목점을 하셨으므로 가게에 들를 일이 있어서 시장에 가게 되면 그 애를 가끔 보게 되었다. 나는 사교성이 없었는지 쑥스러웠는지 아는 체를 못했다. 그 아이도 나에게 아는 체를 못했다. 그 때의 미안함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그 애는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밝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웠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끔 궁금해지고 만나고 싶다. 한번 만난다면 식사를 대접하며,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또 아는 체 못해서 미안했다고 꼭 말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특별한 식사를 대접한 일이 있는가 되돌아 보게 된다. 앞으로라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으련만... 실천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좋은 식사 한 끼의 추억이 되기를 바라며, 교회 헌금을 조금 더 내는 것으로 일단 할 일을 다한 듯 만족해 하는 내 자신이 또 부끄러워진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이웃에게 특히 외로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정 때문에 살 맛나는 세상이다.
<유영옥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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