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시간, 한 아이가 부모와 함께 응급실을 찾았다. 아이의 목에는 저녁에 먹던 생선 가시가 걸려있었다. 아파서 울고 있는 아이를 부모와 의사가 진료실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아이는 당최 진료실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능숙한 간호사가 달콤한 사탕으로 아이를 달래보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부모는 “네 목에 걸려있는 가시를 빼주실거야. 네가 더 아프지 않게 치료해 주실거야” 라고 설명하지만, 부모의 설득은 아이에게 들리지 않았다. 지금 목에 걸려있는 가시보다, 진료실은 아이에게 더 큰 두려움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생각할 것이다. 아직 이 아이는 상황파악을 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구나. 누군가는 귀엽다 말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어리석다 말할지도 모른다. 10분이면 목에 걸린 가시를 빼고,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이 어린아이와 같다. 마음 한 구석에 상처 하나쯤은 다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하지만 마음에 걸려있는 그 가시를 빼고 살아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어떤 이는 이런 가시 하나쯤이야 하며 마음에 걸린 가시를 외면하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마음의 가시를 빼보려 발버둥 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해 고민하며 아파한다. 어떤 이는 이 어린아이와 같이 제대로 된 해결방법을 찾았지만 두려움으로 문 앞에서 고민한다.
마음에 걸린 가시를 외면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어떤 이는 이 정도 아픔 쯤이야 라며 자신의 마음에 난 상처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혹은 반복되는 상처에 이골이 나서 지금의 아픔과 고통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어떤 상처는 자연스럽게 조금씩 아물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도 하지만, 어떤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 아물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점점 더 곪아간다.
마음에 걸린 가시를 빼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들.
마음속의 가시가 덧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치료해 보려고 여러가지를 시도하기 시작한다. 혼자 울어도 보고, 화를 내도 보고, 자기개발서를 찾아 읽기도 하고, 종교에 의지해 보기도 하고, 친하고 편한 이를 찾아가 상처를 내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으로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남기고 좌절하게 된다.
마음에 걸린 가시를 뺄 방법을 알지만 두려움으로 망설이는 사람들.
결국 상처는 깊어지고 사람들은 전문가를 찾는다. 닥터 오피스의 문을 두드리고 상담실을 찾는다. 그러나 그 마음의 상처를 다시 들추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혹은 이미 덧나버린 상처를 다시 만지면 더 큰 아픔을 경험하게 될까봐 두려워서 사람들은 상담실 안으로 들어가길 주저한다.
목에 가시가 걸린 어린아이와 같이 우리는 두려움으로 더 전진하지 못한다. 두려움이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상할 수 없을 때, 혹은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두려움은 우리를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해주는 중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이 두려움이 우리가 어떤 일을 경험하고 진행하는 것을 방해한다면 현실을 회피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상담실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은 상담실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못하고, 그 곳에서 자신의 상처가 잘못 만져져서 더 아프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문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덧나버린 우리 마음의 가시를 영원히 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몇년을 혹은 평생을 아프게 해왔던 마음의 가시가 있다면 이제는 더이상 주저하지 말고 상담실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기 바란다. 2018년 새해를 시작하며 마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발짝 내딛어 오랫동안 박혀있던 마음의 가시를 빼보는 노력을 해보길 소망한다.
문의 (703)76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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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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