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 첫 출근한 날 아침, ‘영국의 중앙은행이 자국의 화폐 파운드화를 비트코인식 암호화폐 Cryptocurrency로 빠르면 올해 안에 출시할 수 있다’라는 뉴스를 접했다. 2015년 초부터 핀테크와 블록체인 연구팀을 구성해 많은 연구보고서를 내놓고 시장개발을 위해 법규와 행정규제 등의 제한 없이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샌드박스 Regulatory Sandbox를 처음 도입해 전 세계를 선도한 영국의 중앙은행다운 소식이었다.
1855년에 창간된 영국의 대표적인 신문사 텔레그래프(The Telegraph)지가 2017년 12월 30일 발표한 이 기사는, ‘이 일이 실현된다면, 영국 시민들은 자신의 디지털 머니를 기존의 금융기관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중앙은행에 유지하며, 집을 사는 것과 같은 큰 거래를 할 경우 그 거래가 즉시(in nanoseconds) 이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종교개혁과 암호화폐는 여러모로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운 경우로 시작하자면, 지난 2017년은 둘 다에게 역사적인 해였다. 2017년은 마틴 루터가 1517년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조리한 관행에 맞서 시작됐던 종교개혁이 500주년을 맞은 해였고, 암호화폐의 기원이자 현재 모든 암호화폐의 기축통화인 비트코인은 16배가 넘는 가치상승으로 전 세계에 광풍을 몰고 온 해였다.
또한, 둘 다 기술혁신에 기반을 둔 개혁이라는 점도 그렇다. 종교개혁은 1453년경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술로 성서를 대량 인쇄하여 성직자와 지식인들만 읽을 수 있었던 성서를 대중화시켰고, 루터의 95개 조 반박문을 대량으로 인쇄해 두 주 만에 독일 전역에, 두 달 만에 유럽 전역에 전했기에 가능했다. 비트코인은 20세기에 개발된 컴퓨터와 인터넷에 암호기술과 분산저장 기술이 더해져 이루어졌다.
가장 주목할 닮은 꼴은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며 세상을 부조리하게 만드는 중개인을 없애려는 개혁이라는 점이다. 중세 로마 가톨릭에서는 일반 사람들은 교회와 사제를 통해서만 하나님과 연결되고 죄사함과 구원을 구할 수 있었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모든 사람은 각자 이 말씀을 읽고, 듣고, 묵상함으로 하나님을 만나고 그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종교개혁은 ‘만인 사제주의’를 내걸었다. 2008년 대형 금융사들이 야기한 금융위기 직후, 2009년 1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토시 나가모토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비트코인은 새로운 금융거래를 추구한다. 모든 거래를 위해선 중앙은행에서 찍어낸 화폐와 금융기관을 거쳐야만 이루어지는 현 체제에서, 이익에 눈이 먼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개인 간 전자결제 화폐’를 제시했다.
종교개혁 후 루터파, 캘빈파, 감리교, 장로교, 성공회, 예수회 등등 수 없는 교파가 생겨 낫듯 암호화폐도 비트코인 후 이더, 리플, 라이트코인 등등 천여 개가 넘는 코인이 등장했다. 종교개혁 500년이 지난 후에도 로마 가톨릭은 건재하고 그 사제들의 성과 금융 비리 또한 여전히 존재한다. 암호화폐가 상용화된 후에도 여전히 지폐와 금융기관들도 존재하리라고 믿는다. 하지만, 종교개혁 후 사제들이 면죄부를 돈을 받고 파는 극도의 파렴치한 행위는 근절되었듯, 암호화폐의 확대로 기존 세력의 탐욕으로 인한 폐해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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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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