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누구나 자신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대사다. 결혼 적령기에 있는 20-30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그들은 사랑하는 연인도 만들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난 후 직업을 구하랴, 은행에서 빌린 학자금 갚으랴, 생활하랴 숨가쁘게 살다보니 돈을 절약해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가 무척 힘이 든다.
한국에서는 좋은 직장을 가지고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도 결혼해서 최대한 절약하고 저축을 해도 자신의 집을 마련하는데 15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호주머니가 팍팍해서일까. 요즈음에는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결혼식 비용을 절약하기위해 가족과 친지 몇 사람을 초대해서 한적한 시골의 과수원이나 아름다운 들녘 한가운데서 작은 결혼식을 거행한다. 아마도 작은 결혼식은 시대의 풍조인 듯하다.
그 한 예로 한국 영화의 톱스타들도 옛날에는 고급호텔에서 수천 명의 친지들을 초대하여 자신들의 명성을 자랑하려고 경제적인 출혈을 감내하고서 화려한 결혼식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최근에는 많이 변했다. 톱스타인 원빈과 이혜영이 강원도 고향의 한적한 시골의 들판 한 가운데에서 노랗게 익은 곡식들을 배경으로 가족과 가까운 친지 몇 사람들을 초대해서 한편의 영화 같은 멋진 작은 결혼식(small wedding)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많은 네티즌들에게 공감과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어떤 등산가는 연인과 함께 에베레스트 산 중턱의 깎아 지른 절벽위에 서서 친한 선배의 주례로 결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 동네에 사는 내 고향 후배인 배씨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다. 그의 딸은 착하기도 해서 고교시절 하교 후에는 아빠가 운영하는 그로서리 스토어에서 일했고, 조지타운 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할 때까지 경제적으로 아빠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사람이었다. 2년 전에 그녀가 캘리포니아의 연방검사 시험에 응시하여 3천여 명의 응시자들 중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그녀가 지난 해 봄에 남편의 집 가든에서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지 몇 사람만 초대해서 결혼식을 올렸다. 교회에서 많은 친지들로부터 축복을 받는 결혼식을 올리기를 원했던 간절한 부모의 소망을 고사하고서.
그녀의 결혼식을 보면서 경비절약을 위한 현명한 그녀의 선택을 이해하면서도 나에게는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손자같이 어린 나의 막내아들이 미혼이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을 가진 나의 아들과 대학원 동창 출신의 아리따운 약혼녀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두 사람에게 어떤 종류의 결혼식을 할 것인지 물어보았다.
두 사람이 서슴지 않고 그냥 집에서 신부님이나 목사님을 모시고 스몰 웨딩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 아빠, 요즈음 결혼식 추세가 스몰 웨딩이야.” 라고 대답했다. 나는 할 말을 잊고 멍하게 아들을 쳐다만 보았다. 실망은 크지만 귀여운 아들과 약혼녀의 뜻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지난 해 11월 내가 존경하는 목사님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결혼식은 교회에서 이루어 졌는데, 목사님의 부탁으로 하객의 축의금을 일체 사양하고, 결혼식 진행과 피로연도 모두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목사님 따님의 결혼식은 나에게는 애틋한 안타까움이 깃든 사연이 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의 큰아들과 목사님의 따님은 어린 시절 한동네에 살며 친했던 소꼽동무였었다. 큰아들이 살아 있다면 친구의 결혼식을 보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목사님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아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레이드만이 연주한 헝가리언 댄스의 곡이 들어 있는 손때 묻은 DVD 한 장을 목사님에게 결혼 선물로 드렸다. 사랑했던 아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큰아들이 살아있었더라면 결혼해서 지금쯤 귀여운 손자 손녀를 낳아 나의 품에 안겨 주었을 텐데...
작은 결혼식이 대세일지라도 막내아들의 결혼식은 교회에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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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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