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든 형편...어릴적 내모습 보는듯
▶ 메달 색깔 관계없이 자랑 스러워
“마치 예전의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강광배 교수가 기억하는 ‘스켈레톤 천재’ 윤성빈(24·강원도청)의 첫인상이다.
강 교수와 윤성빈은 지난 2012년에 처음 만났다. 서울체고에서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였다. 당일 아침까지도 윤성빈은 선발전이 열리는 줄 몰랐고 스켈레톤이 뭔지도 몰랐다. 그저 “빨리 튀어나오라”는 체육 선생님의 전화에 늦잠을 자다 부리나케 달려나간 것이었다.
강 교수는 “대표 선발전이라지만 지원하는 선수가 부족할 것 같았다. 그래서 선발전을 함께 기획한 당시 신림고의 김영태 선생님한테 추천할 친구 좀 없느냐고 물었는데 김 선생님이 추천한 친구가 바로 신림고 3학년 윤성빈이었다”고 돌아봤다. 선발전을 지켜보러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김 교사는 제자리 점프로 농구 골대를 잡는 등 운동신경은 꽤 있다고 강 교수에게 윤성빈을 설명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윤성빈이 운동장에 나타난 것은 선발전이 시작되고 나서였다. “저 멀리서 장발에 운동화를 구겨 신은 채로 누가 걸어오는 거예요. 주변 사람들의 첫마디가 다 ‘야, 쟤 머리 좀 봐라’였죠.”
선발전 종목은 100m·30m 달리기와 멀리뛰기·공던지기 등이었다. 강 교수에게서 스파이크화를 얻어 신은 장발의 윤성빈은 30여명 중 10위권에 그쳤다. 합격은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강 교수는 윤성빈을 품기로 했다. “‘저런 친구가 잘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차오르더라고요. 알고 보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대학 갈 수 있는 성적도 안 되고…. 저도 외동에 어머니가 일찍 혼자되셨거든요. 마치 어릴 적의 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강 교수는 김 교사에게 부탁해 그때부터 윤성빈을 한국체대에서 직접 훈련시켰다. 주말이면 집에 데려가 밥을 먹이고 재우며 3개월을 함께 뒹굴었다. 이후 스타트 시험으로 뽑는 대표 선발전에서 윤성빈은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로는 우리가 잘 아는 성공 스토리다. 윤성빈은 세계랭킹 1위로 오는 15일 있을 평창올림픽 스켈레톤 1·2차 주행에 나선다. 메달은 16일 3·4차 주행 성적까지 합산해 결정된다.
강 교수는 얼마 전부터 윤성빈과 잠시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다. “저까지 부담 줄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그저 멀리서 응원할 뿐입니다. 스타트와 드라이빙에서 이미 최고 수준에 가 있어요. 메달 색깔과 관계없이 자랑스럽습니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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