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정숙의 문화살롱
▶ In The Tower : Anne Truitt전 <내셔널 갤러리>
생전에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나는 가능한 가장 단순한 형태 속에 내 인생 최대의 의미가 담겨지기를 갈구했다.’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한 앤 트루잇(1921-2004).
그는 미국의 미니멀리스트 색채 조각가이자 화가이다. 회화와 조각은 쌍둥이라는 그의 말대로 그의 조각에는 회화도 동반되어 있다.
작품마다 작가 인생의 기록을 추상형식과 순수색채의 일루젼 효과로 나타냈다. 건축적 구조로 조성된 작품의 정신적 공간은 작가의 의미심장한 언어로 입혀진 듯하다. 인식과 반영의 세계를 엿보게 한 크고 작은 사각형 조각에 그의 상상력을 최적의 색깔과 모양으로 담아냈다.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생의 대부분을 워싱턴 DC에서 보낸 그는 심리학을 전공했다. 1940년대 중반에는 2차 대전의 부상자들을 위한 심리 치료를 위해 적십자사에서 봉사도 했다. 그 후 임상 심리학의 필드를 떠나 본격적으로 구상계열의 조각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40대 초반, 바넷 뉴만과 에드 라인하르트 작품의 영향을 받고, 모든 표현이 극도로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으로 전환한다. 이로부터 미니멀리즘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조각가로 명성을 다지게 된다.
트루잇은 작업을 통해 인식 뿐 아니라 비례, 스케일 및 컬러 등 구조와 표면 사이의 관계를 건축적 형식에 기반을 두었다. 그것은 어릴 적 접했던 건축 환경에 대한 관심의 결과다. 작품은 나무 블록을 모래로 닦아 내어 석고를 입힌 다음 아크릴 물감을 입혀 코팅을 한 것들이다.
조각마다 작가 인생의 굴곡이 다른 빛깔로 등장한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순백의 시간, 컬러풀한 싱그러운 시절, 삭히고 녹아져서 깊은 맛이 우러나는 농도 짙은 색의 중년기, 모든 것을 인정하고 수렴하는 블랙의 노년으로. 미국이 낳은 또 하나의 거장 트루잇의 인생 보고서라 말할 수 있다.
내셔널 갤러리 동관 맨 위층 타워에는 자연광을 받아들인 전시실이 있다. 2009년부터 이곳에서는 특별 기획전을 진행한다.
작가 선정은 미국 현대 미술에 큰 획을 남긴 인물들로 우선한다. 전시 작가는 필립 거스톤을 시작으로 마크 로스코, 백남준, 바넷 뉴만, 멜 보크너, 케리 제임스 마샬, 바바라 크루거, 티스터 게이츠에 이어 앤 트루잇이 열 번째 주인공이다.
미국이 자국의 작가들을 특별히 인정하고 관리하는 정성은 문화대국으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알기에 역사가 일천하여 조상이 물려준 유산은 없어도 2차 대전을 기점으로 부흥 발전시킨 미국 미술의 파워는 현재 전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미국이 잘하는 정책 중 제일 칭찬하고픈 분야다.
나는 지금껏 미국 내에서 수많은 전시를 관람했다. 그 때마다 이게 바로 보이지 않는 미국의 저력이구나 하며 감탄한다. 깊은 감사를 보내며.
앤 트루잇의 전시는 수년 전 허쉬혼 뮤지엄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있었고 그 때 보이지 못했던 작품들이 이번에 등장한 것으로 규모는 크지 않다.
미니멀리즘 조각계의 여성 대표주자로서 그 업적을 기리는 후대의 자세에 박수를 보내며 작가의 정신이 미술계에 면면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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