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주전 레이크 브래덕 중고교 한국어 반 수업을 참관했을 때였다. 담당 교사로부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격려 인사를 부탁 받았다. 마침 한국에서 동계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다음과 같은 인사를 했다.
“여러분들 가운데 평창 동계 올림픽의 개막식을 본 사람들이 있을 줄 안다. 나도 보았는데 참 훌륭했다. 개막식에서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남북한 선수들의 동시 입장이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반도가 그려진 깃발을 앞세워 모두가 한 팀인 양 입장한 모습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분단국가의 아픔과 통일에 대한 희망을 같이 내포하고 있어 보였다.
또한 며칠 전에는 1991년 일본에서 열렸던 제 41회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 관련 비디오를 보았다. 그 대회에 남북한이 역사상 처음으로 단일팀을 구성해 참가했다. 그 때도 선수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다. 그 대회에서는 평창 올림픽 보다 남북한이 한 팀이라는 성격이 더 강했다. 남자 여자 모두 각 한 팀으로 출전했다. 그리고 여자팀이 세계 최강인 중국을 단체전에서 누르고 우승했다. 정말 감격적이었다. 남북이 하나가 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그런 감격, 기쁨도 대회가 끝난 후 선수들에게 다가온 작별은 막을 수 없었다.
헤어짐은 현실이었다. 그 때 여자팀의 공동 주장을 맡았던 남한의 현정화 선수와 북한의 리분희 선수가 작별하는 모습이 나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46일 동안 같이 훈련, 시합을 하면서 현정화 선수는 한 살 위인 리분희 선수를 언니라고 불렀다고 했다. 그 두 선수는 힘든 훈련과 한 마음이 되어 함께 시합들을 치루면서 가까워졌다. 그러나 헤어져야 했다. 그 때 현정화 선수는 타고 떠나야 하는 버스를 뒤에 둔 리분희 선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작별이 어디 있어? 전화 할 게도 안 되고… 편지 할 게도 안 되고… 뭐라고 인사를 해…’”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만 있는 비극이다. 전화도, 편지도 서로 할 수 없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한국어는 중요한 언어이다. 세계적으로 영어, 중국어 그리고 미국에서는 스페인어도 중요하지만,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 세계 11번째의 경제 강국을 만들고, 1988년에 하계 올림픽 그리고 이번에 동계 올림픽까지 치룬 대한민국이 사용하는 한국어는 이 다음에 여러 학생들이 사회 각계에 진출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 살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여러분들께 부탁드린다. 미국처럼 세계에서 영향력이 큰 나라가 어디 있나.
부디 여러 학생들이 미국 시민으로서 배운 한국어를 가지고 한반도의 통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 주기를 부탁한다. 학생들이 어디에 있든지 그리고 이 다음에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든지 간에,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가족, 친구, 이웃, 직장 동료 그리고 정책 수립자들에게 얘기 해 주기를 바란다. 남북한이 통일 되고 이산가족이 만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적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6.25 때 홀로 남하한 아버지를 둔 나에게는 남북 통일 문제가 남다르지 않다. 아버지도 더 늦기 전에 북한의 고향에도 가 보고 두고온 동생들의 생사도 확인해야 하지만, 나도 북한에 있을지 모르는 사촌들이나 조카들의 존재 여부를 알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 손도 잡고, 부둥켜안고도 싶다. 지구상 어디라도 화상 통화나 텍스트 메시지가 가능한 요즘에 그 작은 한국 땅의 남북은 왜 그렇게 먼가?
이번에 남북한이 특사단의 상호 방문을 통해 어렵게 대화의 문을 열었다.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대화를 안 한다면 대신 뭘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남북 대화와 통일은 어느 한 집단의 정파적 이기주의나 정략적 계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전 세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야 되는 역사적 사명이다. 남북 대화가 잘 되기를 정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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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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